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마침내 변곡점에 다다르면서 엔화를 밀어 올리는 모습이다. 일본은행은 하루 전 정례회의 끝에 0~0.1%이던 기준금리를 0.25%로 전격 인상했다. 우에다 총재는 "경제와 물가 추이가 전망대로 진행된다면 계속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의 문도 열어놨다. 몇 시간 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했으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몇 가지 전제가 가능하다면 9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테이블 위에 올려질 것"이라며 4년 만의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더 오를 가능성을 점친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BBH)의 엘리아스 하디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우에다 총재 발언이 엔화 강세의 기폭제가 됐다"면서 148.5엔 부근이 다음 중요한 지지선이 될 것으로 봤다. 노무라인터내셔널의 미야이리 유스케 외환 전략가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아직 작은 걸음이며 궁극적으론 더 큰 추세의 시작"이라며 "시장 전망이 매파적으로 바뀌면 엔화의 추가 상승 여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초 162엔에 근접하며 38년 만에 최저를 찍었다가 8%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급속한 엔화 상승에 수출주 중심의 일본 증시도 흔들리고 있다. 이날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간밤 뉴욕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2.7% 급락 중이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를 통해 "일본 기업들이 상정한 올해 평균 환율은 144.77엔으로 아직 그 수준까지는 거리가 있다"면서도 "최근 몇 주 동안 급속한 엔고가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수출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업황이나 실적에 하향 수정 압력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엔화 강세 압력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헤지펀드를 포함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진행해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기술주 폭락이 가속한 것 역시 캐리트레이드 실패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다른 시장에서 자산을 매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외환 책임자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올해 가장 인기 있었던 거래 중 하나가 엔 캐리 트레이드였다"며 "엔 캐리 청산이 진행되면 위험 포지션이 줄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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