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는 31일(한국 시각) 오전 5시 15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계영 800m에 마지막 영자로 나서 역영을 펼쳤으나, 9개국 중 6위(7분 07초 26)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이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황선우는 50m 구간을 23.89초로 주파한 뒤 100m 구간을 지나 1분 18초 39의 기록으로 150m 구간을 돌파했다. 그리고 200m 구간까지 1분 45초 99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함께 역영을 펼친 양재훈(1분 49초 84), 이호준(1분 46초 45)보다는 빠른 200m 기록이었으나, 김우민(1분 44초 98)보다는 늦은 기록이었다.
황선우의 주 종목은 자유형 200m다. 200m 한국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1분 44초 40이다. 그런데 이번 계영에서는 1분 45초 99라는 기록이 나왔다. 평소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게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황선우는 이번 대회 개인 자유형 200m에서 준결승 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봤다. 지난 28일 황선우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자유형 200m 예선에서 황선우는 1분 46초 13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예선이었기에 적절하게 페이스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황선우와 함께 물살을 갈랐던 다비드 포포비치(1분 45초 65·루마니아)와 다나스 랍시스(1분 45초 91·리투아니아), 루카스 헨보(1분 46초 04·벨기에) 등도 100% 힘을 쓰지 않은 채 안정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황선우는 준결승 무대를 밟았으나 충격적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준결승 1조에 배정된 황선우는 1분 45초 92를 마크하며 조 5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조 5위라는 불안한 성적과 함께 황선우는 준결승 2조 경기를 숨죽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준결승 2조에서 황선우보다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가 4명이나 나온 것.
황선우는 계영 800m 종목을 마친 뒤 동료들과 함께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섰다. 표정은 밝지 않았다. 좀처럼 충격을 지우지 못하는 듯했다.
황선우는 "한국 신기록보다 많이 뒤처진 기록으로 (800m 계영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3년간 열심히 준비를 해왔고,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저희도 이번 파리 올림픽을 목표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조금 미흡한 결과가 나와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이 아쉬워할 것 같다. 그래도 저희가 무엇이 부족한 지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서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제가 보여드린 게 없어서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동료들과 같이 마음 잡고 열심히 준비해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황선우는 '울었나요'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속으로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올림픽 100m, 200m, 계영 800m에서 그동안 최고 기록에 못 미치는 기록이 나와 저도 아주 실망스럽고 당황스럽다. 도쿄 올림픽 이후 3년간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지금 뼈저리게 느낀다. 재정비하고 다시 한 번 훈련에 정말 매진해서 다음 메이저 대회, 4년 뒤 대회를 열심히 준비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황선우는 "저도 사실 이해가 지금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올림픽 무대여서 당연히 긴장도 됐다. 그렇다고 해서 일단 제 나름대로 정신적으로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몸에 부하가 걸린 것 같지는 않다. 연습하면서도 페이스도 괜찮았고, 자신감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쉬운 결과를 보여드려서…. 사실 저 자신이 부족한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황선우는 "세계선수권 대회 이후 나쁘지 않았는데, 지금 사실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당황스럽다. 일단 레이스를 다시 한번 돌려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즈는 "라 데팡스 아레나의 수심이 2.15m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수심이 얕으면 얕을수록 물이 더 쉽게 요동치면서 스트로크할 때 생기는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부분에 황선우는 "모든 선수가 다 똑같은 환경이다. 저희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다. 저희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잘 보완해야 할 것 같다"며 핑계는 결코 대지 않았다.
황선우는 "올림픽 무대라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은 그냥 수영 대회일 뿐이고, 올림픽은 정말 전 세계 스포츠인들의 무대라 다시 한번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제 황선우는 남자 혼계영 400m 종목만 남겨놓고 있다. 그는 "당연히 출전할 것"이라면서 "혼계영 동료들과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레이스 펼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직 황선우의 나이 만 21세. 젊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황선우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뛰고 또 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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