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이 설계하는 'K-가축 방역 정책'

머니투데이 대담 서동욱 편집장 정리 홍세미 기자 | 2024.08.01 10:00

[열린 정책 소통합시다]달걀값까지 잡은 선제적 접근, 대유행 차단 과학적 방역 접목

▲최정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20세기 이후 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75% 이상은 동물에서 유래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신종 인플루엔자의 대부분은 사람과 동물 간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표적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지카바이러스 등이 이에 속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음 팬데믹도 신종 인플루엔자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데, 최근 미국에서 젖소를 통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의 인체 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 비상이 걸렸다. 방역정책국에 따르면 감염된 젖소와 접촉하고 H5N1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미국에서 4명이 발생했다. H5N1이 코로나19처럼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최정록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7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H5N1이 코로나19처럼 전 세계를 강타하는 팬데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WHO와 우리나라 방역 당국이 가축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종간 전파 차단을 위해 국내 포유류에 대한 인플루엔자 모니터링 대상을 기존 돼지, 개에서 소, 고양이, 염소까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가축방역을 ‘원헬스(One Health)’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헬스’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2000년대 초반 고안한 개념이다. 사람과 동물, 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이론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의 대부분은 숙주가 야생동물이거나 가축인 만큼, 인간뿐 아니라 전체 생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팬데믹이 한 번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초래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축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최 국장은 “가축 방역은 어느 한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원헬스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사람, 동물,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을 상호 감시하고 정보를 연계해 조기에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질병관리청 등과 함께 인수공통감염병 대책위원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고, 원헬스 포럼에도 지속 참여하는 등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최 국장은 “조류에서 포유류, 그리고 사람에게 전염되면서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우리 국에서는 해외에서 발생한 사례를 분석하고 포유동물에 대한 인플루엔자 모니터링 검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인플루엔자 팬데믹 가능성에 대응해 동물인플루엔자 공동역학조사 매뉴얼 개발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정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과거엔 ‘살처분’뿐이었는데…과학 분석 도입해 ‘K-방역’ 선도
가축전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 역할을 맡는 방역정책국의 기술은 해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최 국장은 “과거에 방역정책이라고 하면 ‘살처분’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과학적인 접근과 백신 접종 등을 도입해 체계적으로 방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역 정책 기술의 발전은 밥상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대표적인 게 계란 값이다.

겨울 철새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고병원성 AI는 전염 속도가 빠르고, 대규모 살처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양계 농가에 큰 피해를 줬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31건이 발생, 4년 만에 가장 적었다. AI로 인한 닭과 오리 등 가금 살처분 규모는 약 361만 마리로, 2020년 2993만 마리에 비해 8배 이상 줄었다. 공급이 받쳐주자 가격이 내려갔다. 방역정책국에 따르면 2020년 12월부터 3월까지 계란 한 판(30개)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6828원이었지만, 2023년 12월부터 3월까지 6311원으로 517원 내렸다.

최 국장은 “최근 5년 동안 AI 발생 분포와 위험 요인을 과학적인 데이터를 만들어 분석했고,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며 “이전과는 다르게 ‘K-방역’이라고 부를 정도로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일률적인 살처분 정책이 아닌, 축종별·지역별 위험도 평가를 기반으로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SF 올해 6건 발생…방역 특별점검 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난 1월 경기 파주를 시작으로 강원, 경북 등지 양돈농장에서 올해 총 6건 발생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7월 22일부터 31일까지 ASF 방역 특별점검을 진행하기도 했다. 방역정책국은 ASF 확산 차단을 위해 전국의 지자체와 협력하고 있다. 농협의 공동방제단이 보유한 광역방제기, 소독차 등을 동원해 농장과 주변 도로를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차단 방역 요령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야생멧돼지 ASF 검출지역 인근 농장, 접경지역 등 고위험 농장에 대한 실태 점검 등을 통해 농장의 차단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민관과 협력해 ASF 백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최 국장은 “ASF는 백신이 없어 농가가 미리 막을 수 없는 점이 문제”며 “멧돼지는 번식력이 좋아 잠깐 방심하면 금방 늘어난다. 드론을 띄워서 확인해 잡는 등 과학적인 기법을 도입해 포획 수를 늘리는 등 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이 2월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회의실에서 ASF 인위적 확산 차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수의사 부족 현상 심화…공백 우려
최 국장은 1995년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2008년 버밍엄 대학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기술고시 36회에 합격해 농림축산식품부 방역관리과장, 원예산업과장, 운영지원과장, 농촌정책과장 등을 지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장 등을 거쳐 지난 2월 방역정책국장으로 임명됐다.

가축방역의 중앙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방역정책국은 2017년 신설됐다. 국이 신설되면서 기존 2개과 24명에서 1개국 3개과 40명으로 조직도, 인원도 늘었다. 이와 함께 지방 방역조직도 함께 확충되면서 중앙과 지방의 유기적인 방역 체계가 구축돼 보다 신속하고 정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최 국장은 “방역 정책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10여 년 전 방역당국에 몸담았을 때에 비해 축산농가의 방역 의식이 상당히 높아졌고, 정부의 방역 체계도 고도화된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럼피스킨이 발생했을 때 방역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였다”며 “전국 모든 소에 백신 접종을 신속하게 완료해 최초 발생 한 달 만에 럼피스킨을 안정화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역정책국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 국장은 “우리 국은 사실 재해, 재난부서에 속한다”며 “가축 질병은 상시적으로 터지고 겨울은 특별 방역 기간이라고 해서 밤낮 없이 일한다. 대기 시간도 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처우는 굉장히 열악하다”며 “수의사 등을 우리 국에 더 많이 오게 하려면 직급 상향뿐만 아니라 수당 등을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최 국장과의 일문일답.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생하는 가축 질병은 어떤 게 있고, 언제부터 발생했나
▶전파력과 폐사율이 높아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 ‘제1종’으로 분류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은 2000년대 초부터 지속 발생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19년부터 본격 퍼지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럼피스킨이 국내에 발생해 피해를 입히고 있다. 1종 가축전염병 외에도 결핵(TB), 브루셀라(Br) 등의 가축전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돼지유행성설사병(PED)과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가금류에는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 가금티푸스 등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가축 전염병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지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교류 등이 활발해지면서 전염병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럼피스킨은 원래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으나 전 세계로 확산돼 우리나라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19년도 이후 접경지역에서만 발생했으나, 올해 경북지역에서도 발생하는 등 발생 지역 변화가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 발생하지 않은 아프리카마역, 가성우역도 언제든지 국내에서 발생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정록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가축 질병을 막기 위해 방역정책국에서는 어떤 대응책을 펼치고 있나
▶기본적으로 농장을 점검하고 주요 도로를 소독한다. 농가에 백신을 지원하고, 예찰·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농가의 자율적인 방역 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현장 건의 및 전문가 의견 등을 바탕으로 방역 관련 제도 개선과 법령 개정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구제역 예방접종을 충실히 수행한 농가에 대해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또 가축 사육시설 출입 시 손·신발 등을 소독하는 ‘전실(前室)’에 대해 건폐율 적용을 제외하는 근거를 마련해 축산농가의 설치·운영의 부담을 완화했다. 차량의 농장 등의 출입 기록을 전자적 방법으로 기록 보관이 가능토록 해 출입 정보의 디지털화(전자 출입기록부)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 3월 계란 소비량과 생산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면에는 방역정책국의 철저한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이 있었다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인 361만수 살처분이 이뤄졌다. 국민생활에 밀접한 계란 가격은 전년 대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과거 발생 추세와 위험 요인 분석 등을 통해 발생 초기부터 선제적으로 가축전염병 방역대책을 추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은 지자체와 함께 과거 발생 이력이 있는 시군(68개)의 방역 전략 지도를 마련하고 지역별 위험요인 분석을 통한 방역 강화 방안을 적기에 시행했다. 최근 5년간 고병원성 AI 발생 시군별 농가 및 축산 관계시설 분포, 축산차량·소독차량의 이동 도로 및 동선, 취약 요인 등을 분석해 맞춤형 방역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

-‘원헬스’ 이론이 각광받고 있다. 어떤 이론이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원헬스는 사람과 동물, 식물·환경이 상호 연결돼 있다는 이론이다. 가축전염병 예방은 사람의 건강 증진에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호주에서 젖소의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전염되는 일이 발생했다.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종간 전파 차단을 위해 국내 포유류에 대한 인플루엔자 모니터링 대상을 기존 돼지·개에서 소·고양· 염소까지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다. 앞으로 동물인플루엔자 공동역학조사 매뉴얼을 개발하고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 국은 질병청·환경부와 함께 인수공통감염병 공동대응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가축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결핵 등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관련 내용을 질병청과 공유하고 있다. 사람·가축·야생동물 발생정보 연계 체계도 구축·운영하고 있다. 또 감염병 공동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 주요 인수공통감염병(브루셀라병·큐열·결핵병)에 대한 사람·가축 공동역학조사 매뉴얼을 마련했다.

-국민 ‘먹거리 안전 파수꾼’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고충이 많을 듯하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우리 국 직원들은 밤낮이 없다. 가축 질병이 터지면 특별 방역 기간이라고 해서 더욱 바쁘다. 가축 방역은 축산농가의 경영 안정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축산물 공급, 동물복지 등 다양한 이슈와 연결돼 있는 중요한 분야다. 특히 가축 방역 업무의 필수인력인 수의사의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방역 시스템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직원 처우를 개선해 젊은 직원들이 많이 오게 해야 한다. 국장 임기를 지내면서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다.

-지난 2월 방역정책국장으로 임명됐다. 우리나라 가축 방역 정책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올해 2월에 방역정책국에 왔는데, 벌써 8월이 됐다. 나름 업무에 최선을 다해 고병원성 AI 등 겨울철 가축전염병 피해를 줄이는 등 성과가 있었다. 지금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경북지역에서 지속 발생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

여러 방역 현장을 다녀보면, 과거에 비해 축산농가의 방역 의식이 상당히 높아졌고, 정부의 방역 체계도 고도화된 것을 체감하고 있다. 가축전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에서 고생하는 지자체, 관계기관, 축산농가에 종사하는 분들을 보면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앞으로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축산농가의 경영 안정을 뒷받침하고, 국민 여러분에게 안전한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정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
서울대 수의학·석사 졸업
버밍엄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기술고시 36회 임용
외교부 주중화인민공화국대한민국대사관 참사관
농림축산식품부 운영지원과장
농촌정책국 농촌정책과장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베스트 클릭

  1. 1 [단독]입주 한달 전 둔촌주공 1.2만세대 '날벼락'…준공승인·임시사용승인 모두 '불가'
  2. 2 속옷 벗기고 손 묶고 "빨리 끝내자"…초등생이 벌인 끔찍한 짓
  3. 3 허공에 붕 뜨더니 계곡 추락…산행 떠난 주부들, 못 돌아왔다 [뉴스속오늘]
  4. 4 "김민재, 와이프 인스타 언팔"…이혼 소식에 4개월 전 글 '재조명'
  5. 5 화성 향남~서울 여의도 60분 주파 '신안산선 연장사업' 청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