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AI의 테스트베드가 될 법률시장

머니투데이 권혁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도시정비팀·블록체인팀) | 2024.07.31 02:05
권 혁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도시정비팀, 블록체인팀)

일반인 입장에서 AI가 세상을 놀라게 한 첫 번째 사건은 체스 세계챔피언을 이긴 것, 두 번째 사건은 알파고가 바둑으로 이세돌을 이긴 것이었을 터다. 문서작업이 많은 법률시장은 체스나 바둑과 비교할 수 없이 AI의 진정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이다. 법률가들은 삼단논법에 의한 논리를 구성한다. 대전제인 법률에 소전제인 구체적 사건의 사실관계를 적용해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법의 삼단논법이라고 한다. 대전제에 해당하는 수많은 법률, 시행령, 규칙, 나아가 법률해석의 선례인 판례 등을 검색하고 이해하는 것, 많은 증거를 분석해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에 AI는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이 있다. AI가 법률가들에게 작업시간 단축, 정보제공, 초안작성 등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나아가 AI가 사람을 대체해 결국 사람이 기계 앞에서 재판을 받는 대상이 되는 공포스러운 상상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미국에서 컴퍼스(Compas) 시스템이 구축돼 재범예측에 대해 판사의 보석결정을 돕고 에스토니아와 중국에선 소액사건에 대해 AI가 판사 역할을 한다. 검찰 업무에서도 미국에선 클리어뷰(Clearview) 안면인식 시스템으로 용의자 식별 및 체포를 지원하고 영국 더럼시 경찰의 하트(Hart) 시스템은 데이터 분석으로 재범을 예측하는데 활용한다. 해외뿐 아니라 우리나라 법원과 검찰 역시 AI 시스템을 구축해 판결문 초안작성, 검사업무 보조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변호사 시장 역시 여러 앱이 출시돼 활용된다.

AI가 법원, 검찰, 변호사의 각 영역에서 테스트베드가 되는 과정에서 몇 가지 고민할 문제는 남아 있다. 일단 법원, 검찰, 변호사가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작업한 결과물을 쉽게 공유한다면 지식재산 보호와 충돌하는 문제가 생긴다. 변호사들을 위해 출시된 AI 프로그램도 판결문 확보가 많이 필요한데 법원이 어느 범위까지 판결문을 공개할 것이냐의 문제도 같은 맥락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사실관계 확정을 위한 증거 수집 및 판단 단계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어느 범위까지 보장돼야 하느냐의 문제로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이목을 끄는 사건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컴퓨터와 휴대폰을 포렌식해 사적 대화나 SNS에 남아 있는 기록들을 결정적인 증거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재판에서도 증거로 채택했다. 심지어 애초 A라는 혐의사실의 증거라고 컴퓨터나 휴대폰을 압수해 그 혐의입증이 어려운 상황이 되면 대화 내용을 모두 분석해 B 혐의를 찾아 기소하는 일이 버젓이 보도되고 그에 대해 너무 쉽게 유죄판결이 내려진다. 하지만 굳이 형사소송법을 엄격히 해석하지 않더라도 개인적인 대화나 SNS에 남아 있는 채팅 등을 함부로 증거로 채택하고 이를 보도까지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내가 싫어하는 누군가가 수사의 대상이 되면 좋을지 몰라도 나나 내 가족이 그 대상이 된다면 누구도 그 잔인함과 폭력성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법률시장에서 AI가 활용될수록 방대한 양의 정보분석에 들어가는 인원과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다만 무차별적 프라이버시 침해에 엄격한 제한을 둬야 한다. 허위정보를 검증하는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다른 변호사들과 출시된 AI 프로그램을 써보고 느낀 점 중 하나는 AI가 허위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그럴 듯하게 꾸며 답변하는 것이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판례번호도 인용했다.

AI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고 언어학습 모델이 중요한 AI 특성상 법률시장이 중요한 테스트베드가 되겠지만 이 역시 인간이 사용하는 것이므로 인간을 위해 활용되도록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권혁 변호사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도시정비팀·블록체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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