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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큐텐그룹...지분매각·담보대출 모두 어려울 수도 ━
'그룹차원의 가용 가능한 자원'은 중국 소재 큐텐 그룹 계열사를 통해 600~700억원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큐텐 측은 최근 금융 당국에 해외계열사 통해 5000만달러(약 690억원)를 8월중에 조달하겠다는 취지를 전달했다. 권도완 티몬운영사업 본부장도 지난 27일 "중국에 큐텐 자금이 묶여 있는데 빼올 수 없어 이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 당국은 큐텐 측에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구 대표가 가진 큐텐 지분 매각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싱가포르기업청(ACRA)에 따르면 구 대표는 큐텐(Qoo10.Pte.Ltd.) 지분 42.77%, 큐익스프레스(Qxpress Pte.Ltd.) 지분 65.87%를 보유하고 있다.
큐텐 그룹이 올해 초 평가한 큐익스프레스의 상장 이후 예상 기업가치는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구 대표가 보유한 지분가치를 환산하면 4억2770만달러(약 5900억원)다.
큐텐의 기업가치는 알려진 바 없으나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 인수 당시 지분교환 비율을 통해 추산이 가능하다. 큐텐은 몬스터홀딩스(81.74%)와 티몬글로벌(16.91%) 등이 보유한 티몬 지분 100%를 큐텐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인수했다. 이후 몬스터홀딩스는 큐텐 지분 25.6%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티몬글로벌은 몬스터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라 티몬글로벌의 티몬 지분은 사실상 98.6%다. 티몬의 기업가치를 2000억~2500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몬스터 홀딩스의 지분 가치는 1972억~2465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인수 당시 큐텐의 기업가치를 약 1조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큐텐의 지분 42.77%를 보유한 구 대표의 지분 가치는 약 42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티몬, 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평가한 기업가치다. 큐익스프레스가 티몬과 위메프 물동량을 토대로 안정적 수익을 내고 이를 토대로 상장을 하려고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큐익스프레스와 큐텐의 기업가치도 상당히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지분 매각을 하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 자체도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구 대표는 이날 사과문에서 큐텐 지분을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큐텐 지분 매각과 대출이 막히면 사재출연도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구 대표는 "그룹 차원에서 펀딩과 M&A(인수합병)를 추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 상황에서 큐텐그룹이 매각할 수 있을 만한 매물은 큐익스프레스와 위시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큐익스프레스가 아직 사업성과를 보이고 있지 못하는 상태에서 원매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큐익스프레스는 2022년 말 기준 1억2534만 싱가포르달러(약 1293억 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큐텐이 약 2300억원에 인수한 위시 역시 200여개국 소비자들에게 33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는 점은 강점이지만 지난 1분기에 5900만달러(약 8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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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사태 수습되면 계열사간 합병"...경영권 사수 의지 보여━
위메프와 티몬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구 대표의 큐텐 지분율은 이미 50%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 상황에서 큐텐과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팔 경우 경영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구 대표는 지분 매각보다는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추진할 가능성이 더 높다.
구 대표는 사업구조조정의 방식으로 계열사 간 합병추진을 거론했다. 구 대표는 "계열사간 합병을 통한 비용구조 개선,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 파트너사 조합을 통한 경영과 이사회 직접 참여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큐텐이 계열사 합병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 대표는 이미 티몬, 위메프 사태 이전부터 위메프와 티몬, 큐텐테크놀로지 조직을 통합 하고 있었다. 각 사에는 영업과 MD(상품기획) 조직만 남겨두고 기술개발(IT)과 재무팀은 이미 통합 운영 중이다. 구 대표는 이번 사태가 해결되면 조직 통합을 넘어 그나마 재무상태가 덜 나쁜 위메프를 중심으로 티몬과 큐텐테크놀로지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 본지 7월18일자 ☞[단독]큐텐 그룹, 티몬·위메프·큐텐테크 합병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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