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1509명 늘렸더니 의사 2600명 줄어…밑 빠진 '의대 독' 물 붓기?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4.07.29 16:06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해 의대증원책을 내놨지만, 되레 의사 수가 줄어드는 기현상으로 나타날수도 있단 우려가 나온다. 내년 신입 의대생은 지금(3058명)보다 49%(1509명 증원) 느는데, 신규 의사 수(364명)는 예년 수준(3000여명)보다 88% 줄어들 것으로 예고돼서다. 의대정원 증가폭(49%)보다 의사 배출 감소폭(88%)이 더 커, 국내 의사 수는 오히려 줄어들수도 있단 평가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접수 마감 시한인 지난 26일 오후 6시까지 응시 예정자 3200여 명 가운데 고작 364명(11.4%)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응시 원서를 제출했다. 정부의 의대증원책에 반발한 의대생 대다수가 국시 응시를 거부하면서다. 11.4%의 응시자가 모두 합격해 의사가 된다 해도 매년 3000명가량 배출해온 신규 의사 수가 당장 내년 88.6%(2600여명) 줄어든다는 얘기다.

여기서 주목할 건 응시자 364명 가운데 국시 재수생(전년도 불합격자), 외국 의대 졸업자를 제외하고 보면, 국내 의대 본과 4학년생 3000여명 중 약 5%(159명)만 원서를 냈다는 것이다. 앞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 2903명의 약 96%(2773명)가 국시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게다가 2026년도부터 의대정원이 정부의 정책 원안대로 현재보다 2000명 더 늘고, 2026년도 국시에 본과 4학년생의 약 5%만 응시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신규 의사 수는 예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의대정원은 현재보다 65% 느는데(3058→5058명), 신규 의사 수는 예년보다 88% 이상 줄어들어서다. 현재 전국 의대생(1만8793명)의 48.5%인 9109명이 휴학계를 내고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이는 내년뿐 아니라 2026학년도 의사 국시에 의대생의 응시율이 저조할 가능성이 적잖다는 대목으로 읽힌다.

결국 정부가 국내 의사 수를 늘리려 추진한 의대증원책이, 전공의와 예비의사(의대생)의 반발로 되레 의사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여기에 사직서를 내고 떠난 전공의마저 대거 돌아오지 않으면서 내년엔 신규 전문의 수도 바닥날 전망이다. 기피과 중의 기피과로 꼽히는 흉부외과의 내년 신규 전문의는 많아야 6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고된다.


신규 의사가 줄어들면 가뜩이나 입지가 줄어드는 필수과의 전공의 지원자도 크게 줄어드는 악순환이 된다. 아예 전공의 수련 명맥이 끊어지는 최악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실제로 29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현재 흉부외과에 남은 전공의는 전국 다 합해도 12명에 불과하다. 기존 107명에서 정부의 의대증원책과 필수의료 지원책에 실망한 흉부외과 전공의 95명이 떠난 건데, 신규 의사가 크게 줄면서 그나마 간신히 유지해온 '연간 20명 이상 지원자'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29일 의대협은 성명을 내고 "본과 4학년생 96%가 국시를 접수하지 않은 건 교육부로 말미암은 의학 교육 파행의 결과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부는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의대생들이 수업에 다수 복귀할 경우 국시 추가 응시 기회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국시' 카드를 고민하는 정부에 대해 의대협은 "달콤해 보이는 썩은 사탕을 주는 것"이라며 응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고려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신규 의사, 전문의 배출이 없고 전공의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해결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며 "정부가 포용적 조치로 험난한 위기를 극복하는 전화위복의 국정 운영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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