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차기' 피해자 "성폭력 증거 놓친 부실 수사…국가가 책임져야"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 2024.07.26 17:52
2022년 5월22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서면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 남성 A씨가 피해자를 발로 차고 있다. 사진=뉴스1(남언호 법률사무소 빈센트 변호사 제공)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A씨가 수사기관의 부실한 수사가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국가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6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조형우 판사는 이날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을 진행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5월 22일 새벽 30대 남성 이모씨(32)가 부산 서면에서 혼자 귀가하던 A씨를 뒤따라가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발차기로 쓰러뜨리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한 사건이다.

A씨 대리인은 △수사기관이 최초 목격자 등 성폭력 정황을 밝힐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고 △성폭력 의심 정황을 알리지 않아 신체에 남아 있을 수 있었던 증거를 수집할 기회를 놓쳤고 △DNA 감정을 부실하게 진행했으며 △신문 과정에서 성범죄에 대한 추궁을 소홀히 했고 △검찰에서 경찰에 보완 수사 요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결국 성범죄 피해의 범위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게 된 것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양형 자료로 활용됐고, 피해자가 국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해 직접 재판에 참석한 탓에 가해자의 보복심리를 자극하게 됐다"며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가 측은 "경찰은 성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원고가 성범죄 피해자로서 필요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피해자 의류 등에 대한 유전자 감식 의뢰가 다소 늦긴 했지만, DNA에 유효기간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감정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부실 수사를 입증하기 위한 근거로 국가 측에 '수사 매뉴얼'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국가 측은 "강력범죄 수사매뉴얼'이란 책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각 수사기법이 팁 형태로 모아져 있는데 대외비라 임의제출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로 나갈 경우 악용할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 측은 "저희가 외부에 공개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수사기관에서 수사기법에 통용되는 일반 규칙을 지켰는지가 중요한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국가 측에 "증거 제출에 대한 의견을 내면 그 문서를 검토해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9월 27일로 지정했다.

돌려차기 사건 범인 이씨는 1심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강간 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돼 형량이 20년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피해자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배제됐고, 성폭력 의심 정황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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