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이런 곳이"…뜨거운 태양 피해 서울 한복판 '물장구'[르포]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 2024.07.26 16:23

서울 이틀 연속 폭염 경보 발령…당분간 더위 지속될 전망

26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옥인동 수성동 계곡. 이틀 연속 서울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도심 속 피서지'를 찾았다. 수성동 계곡 안에는 어린이 대여섯 명이 모여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바위 위에 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어른들도 종종 보였다./사진=최지은 기자

"계곡은 2~3시간 차 타고 가야 하는데 서울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다니 너무 좋아요."

26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옥인동 수성동 계곡에서 만난 김유정씨(38)는 계곡에서 놀고 있는 9살 딸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씨는 아이 방학을 맞아 수성동 계곡을 찾았다.

김씨는 "날이 너무 더워 아이도, 어른도 힘들었는데 아이가 방학을 해 인근에서 열리는 체험 학습에 참여할 겸 나왔다"며 "계곡이 있다고 해 뜰채도 챙겨왔다"고 밝혔다.

이틀 연속 서울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도심 속 피서지'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폭염 경보는 하루 최고 체감 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되거나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령된다.

수성동 계곡 안에는 어린이 대여섯 명이 모여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바위 위에 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어른들도 종종 보였다.

26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수성동 계곡을 찾은 주종훈씨(61)와 딸, 그의 친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경기 의정부시에서 7살 딸과 함께 계곡을 찾았다는 김모씨(50)는 더위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씨는 "날이 덥기도 하고 습해서 불쾌 지수가 올라 화가 자주 난다"며 "실내와 실내 온도 차가 크다 보니 딸이 자주 아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8월 초 휴가를 가려 했으나 계획이 어그러졌다. 티몬·위메프 대규모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갑작스레 예약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휴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취소돼 당황스럽고 너무 속상하다"며 "환불이 되긴 하는 건지 본사에 직접 방문해보려 하는데 일단 오늘은 짧게나마 쉼을 즐겼다"고 밝혔다.

돗자리와 간식을 가져와 여유를 즐기는 시민도 있었다. 배모씨(35)는 수박 등 간식거리를 가지고 이웃 주민 2명과 함께 돗자리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배씨는 "비가 자주 오다 보니 날이 좋지 않은 날이 많은데 오늘은 해가 쨍쨍해서 나왔다"며 "집이 가까워 가까운 지인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나온다"고 했다.



광화문 광장에는 대형 워터 슬라이드와 수영장이 들어섰다. 서울관광재단이 진행하는 '2024 서울 썸머 비치'의 일환으로 오는 8월11일까지 하루 총 5부제로 나눠 운영된다. 수영복과 수영모를 착용한 어린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물놀이를 즐겼다. 수영장과 슬라이드 곳곳에는 안내 요원들이 비치돼 있다.

광장 옆에서 아이들을 구경하던 직장인 김모씨(28)는 "날은 더운데 습하기까지 하니 수족관 안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아이들이 물속에서 시원하게 노는 걸 보니 대리 만족이 되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정모씨(35)는 "우연히 인터넷 기사를 보고 알게 돼 딸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며 "문화 행사에 자주 참여하는 편은 아닌데 서울 한복판에서 수영장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정씨의 딸 양모양(10)은 "미끄럼틀도 타고 물놀이도 해서 재밌다"며 수줍게 웃었다.

지모군(14)은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지군은 "지난해에 와보고 좋아서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 놀려고 데리고 왔다"며 "날이 너무 더운데 시원한 물에서 놀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기 전층이 고온의 공기로 뒤덮여 오는 28일까지 전국에 폭염 특보가 유지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고온의 수증기 유입과 대기 불안정 등으로 폭염과 함께 전국 곳곳에 잦은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는 대형 워터 슬라이드와 수영장이 들어섰다. 수영장 안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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