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기웃대는 K바이오…본업 부진·재무 악화에 반응 냉랭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 2024.07.28 10:40

파멥신·라이프시맨틱스, 각각 자동차 부품 판매업·항공우주의학 진출 예고
최대주주 변경 따른 관련 신사업…최대 실적 예고 보령은 차별화 행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잇따른 이색 신사업 진출 선언이 눈길을 끈다. 다만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최근 신사업을 발표한 기업 대다수가 본업에서 부진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다, 자금 압박으로 인한 최대주주 변경 등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이 회사 성장을 위한 매출처 다변화 보단 분위기 환기 또는 신규 자금조달 구실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뒤따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파멥신라이프시맨틱스 등은 각각 자동차 부품 판매업과 항공우주 의학사업을 신사업으로 내걸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주력 분야 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도지만, 녹록지 않은 각 사별 상황에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이 뒤따른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사업 추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막대한 개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현금창출원 확보 목적으로 본업 외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사업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양사의 신사업 추진 결정 배경은 따로 있다. 각각 실적부진과 자금난 등에 시달린 끝에 최대주주가 변경된데 따른 결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주력 산업에도 집중할 여력이 크기 않다는 점에서 신규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신사업 추진이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파멥신은 다음달 2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자동차부품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을 의결한. 지난해 말 최대주주로 올라섰던 타이어뱅크의 주력 사업이다. 새 최대주주 주력사업인 타이어 유통과 연관성 있는 사업을 통해 매출을 확보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대규모 유증 공시 철회에 따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지정 이후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로부터 상장 폐지 심의를 받은 파멥신은 올해 5월 또 다른 실질심사 사유(분기 매출 3억원 미만)가 발생했다. 1분기 파맵신 매출은 4300만원에 불과하다. 4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한 타이어뱅크가 파멥신을 우회상장 창구로 삼을 것이란 무게가 실리는 만큼, 이번 사업목적 추가가 매출처 다변화 보단 신약 개발사로서의 정체성 상실로 받아들여지는 중이다.

디지털치료제 개발사 라이프시맨틱스는 창립자인 송승재 대표의 대규모 지분 매도에 9월 최대주주가 우주항공용 첨단소재 기업 스피어코리아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9월 주총을 통해 사업 정관 변경이 예정돼 있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을 우주항공 분야에 접목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상태다. 두 사업의 경우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 외 접점은 없다.


비슷한 상황에서 신사업 진출 선언 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선례도 냉랭한 시선의 배경이다. 암 조기진단을 전문으로 한 유전체분석기업 지노믹트리는 2022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태양광발전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후 회사 매출 구조에 큰 변화는 없는 상태다. 1분기 관련 매출은 1000만원 이하에 불과하고, 지난해 매출액 34억원·영업손실 173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바이오 의료기기 기업인 셀루메드 역시 같은 시기 신사업에 2차전지와 이륜차, 암호화폐, 통신장비 등 5개 신사업들 대거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추진 중'이라는 설명 외 가시적 성과가 없다. 매출 역시 1분기 기준 반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2022년 적자로 돌아선 수익성(영업손실 27억원)은 지난해 105억원으로 손실폭을 키운 상태다.

해당 측면에서 보령의 신사업 진출은 차별화 된 행보로 꼽힌다. 보령은 오너일가 3세대인 김정균 대표가 전면에 나선 이후 2022년 '우주 산업'이라는 생소한 영역의 진출을 선언했다. 이후 민간우주정거장 프로젝트 개발사인 엑시옴 스페이스 등에 6000만달러(약 830억원)을 투자하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실제 투자가 이뤄지는 중이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보령의 신사업에 비판은 따르지 않는 편이다. 본업인 의약품 사업의 호조를 배경으로 최근 해마다 연간실적을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혈합 신약 제품군인 '카나브 패밀리'를 앞세운 보령은 지난해 8596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뒤 올해 첫 매출액 1조원 돌파를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바이오벤처의 신사업 진출은 결국 추가 자금조달의 초석이 된 경우가 많고, 새 최대주주가 조달한다 해도 본업 가치를 믿고 투자했던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시장과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보령 사례처럼 본업에서 최소한의 성과라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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