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높아진 상장허들을 탓해선 안되는 이유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 2024.07.26 05:40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바이오 기업들의 일정 연기가 줄을 잇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줄줄이 보완 요청이 이뤄진 탓이다. 증권신고서 보완 요청이 그 기업의 문제가 있거나 상장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금감원의 심사는 기업가치 입증을 위한 보다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볼멘소리는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지난해 기업가치 '뻥튀기' 논란이 일었던 파두 사태 이후 유독 깐깐해진 기준의 불똥이 바이오 업종으로 튀었다는 반응이다. 잠재력을 동력으로 시장 자금을 끌어모으는 바이오 기업에겐 불리한 환경이라는 논리다.

금감원은 특별히 변한 기준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교롭게도 최근 바이오 기업의 상장예심 청구부터 승인에 걸리는 기간은 반년을 훌쩍 넘는 경우가 잦아졌다.

다만 이런 상황을 불만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그쳐야만 할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예심을 수월하게 통과하는 바이오 기업들의 경향은 뚜렷한 편이다. 임상 2상 단계 데이터가 존재하거나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 또는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들이다.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하는 구조의 기업이 상장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아졌다.

수 년 전엔 앞서 나열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바이오 기업들이 무더기로 증시에 입성했다. 결과는 미진한 성과와 업종 신뢰도 저하로 이어졌다. 이는 바이오시밀러,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글로벌 선두 입지와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상대로 한 굵직한 기술수출 성과에도 여전히 '시장 신뢰 회복'이란 숙제를 남겼다.


국내 증시는 최근 10년 이상을 바이오벤처 성장을 위한 요람 역할을 했다. 다소 부족하지만, 잠재력을 믿고 적극적인 자금 조달 환경을 보장했다. 애석하게도 그 시도는 성공 보단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시장은 과거를 거울 삼아 바이오 기업의 어떤 현재 필요한 기준을 학습했다. 하지만 미래 가치를 앞세운 바이오 업종은 "왜 예전과 같은 기준으로 바라봐 주지 않느냐"는 불만을 쏟아낸다. 쉽게 손을 들어줄 수 없는 논리다.

시험이 어려워지면 합격률은 낮아지지만, 보다 양질의 합격자를 선별할 수 있다. 매년 '옥석 가리기'가 과제로 거론되는 바이오 업계에 지금 필요한 건 어려운 시험이다. 100점을 노리는 학생에게 커트라인은 중요하지 않다. 이는 현재 바이오 업계에 가장 필요한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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