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권리 무시" 되풀이…두산만 좋은 '밸류 DOWN'? 개미들 뿔났다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김지훈 기자, 김창현 기자 | 2024.07.26 05:00

[밸류'Down', 두산의 주주잔혹사]①1997년 두산음료와 OB맥주 합병 논란

편집자주 | 두산그룹이 추진중인 지배구조 재편작업에 말이 많다. 전체 기업가치를 올리는 밸류업이 아니라 외부주주들의 권익을 최대주주의 이익으로 돌리는 밸류 디스카운트 방식이라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온다. 기업에선 사업 시너지 측면에서 장기적 가치가 향상된다는 입장이지만, 최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재력이 다르듯, 투자 캘린더도 같을 수는 없다. 현행법 테두리에서 발생하는 불합리를 편법이라고 한다. 두산이 택할 시장과의 소통법은 무엇일까.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2/사진=머니투데이DB

두산그룹이 최근 추진중인 지배구조 재편이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 쓴 소리를 듣는다. 이번 개편안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종속회사인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해 내년 상반기 합병을 완료한다는게 골자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1조원의 흑자를 냈는데, 합병 대상인 두산로보틱스는 191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교환 비율은 밥캣 1주당 로보틱스 0.63주다. 흑자 회사인 두산밥캣 1주를 줘도 두산로보틱스 1채를 채 받지 못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외국인 뿐 아니라 기관 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까지 회사를 제외한 모든 투자자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증권가에서도 실망감이 터져나온다. 이동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두산밥캣 보고서에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여파로 투자자 신뢰까지 저하됐다"며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21.87% 하향한 5만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트레이딩 바이(Trading buy·단기 매수)'로 하향조정했다. 사실상 매도 의견인데 분석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라는 점도 분명히했다.

이 연구원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재편에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시너지는 장기관점에서 (성과를 장담하지 못하고), 단기적으로는 지분교환 및 합병에 대한 두산밥캣의 가치희석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산로보틱스와의 주식 교환 및 공개 매수를 통한 상장폐지가 진행 중인데 주식매수청구권 기준 가격 5만459원을 하회한다"며 "주식 교환에 성공해도 로보틱스의 가치를 지지하며 시너지를 보이기에는 시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 계획대로 양사가 합병할 경우 지주회사인 두산이 두산밥캣의 지분을 키울 수 있고, 이는 곧 지주회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오너 일가의 지분가치가 올라간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일반주주들이 얻는 이익은 거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두산밥캣 등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반려하고 정정을 요청한 배경이다. 당국은 두산그룹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추기 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주 저평가)'를 오히려 부추기는 듯한 행보를 하고 있다는 여론도 적잖이 신경쓰는 중이다.

그러나 두산그룹에 정통한 이들은 이번 지배구조 재편안이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명목으로 일반주주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태가 수십년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1997년 두산음료와 OB맥주 합병 데자뷔…당시 정치권도 의혹 제기



지난 1997년 두산음료와 오비맥주가 합병하는 일이 있었는데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과 똑같은 과정을 밟았다.

당시 OB맥주는 자본잠식 기업이었다. 두산음료는 합병직전 36억원의 흑자를 내고 사업부문 매각을 통해 수천억원의 현금유입이 예정됐었다. 하지만 1997년 5월 두 회사의 합병이 발표되기 2주전부터 OB맥주의 주가가 45% 급등했고, 두산음료는 23%가 떨어졌다.

당시 주가 급등락으로 양사의 주가가 3만3천원대로 같아짐에 따라 양사는 주식시세만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거의 동일하게 책정했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과 오버랩된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일반 주주들은 합병비율에 불만을 갖고 이사회 결의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냈고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이 총수일가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지적도 나왔다. 1999년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합병을 대비해 양사의 주가가 주도면밀하게 조작된 의혹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김 의원은 "두산그룹이 1995년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해 1997년 계열사를 16개사로, 1998년 5개사로 축소했지만 정작 총수일가 등의 내부지분율은 1997년 4월 49.7%에서 1999년 4월 57.2%로 늘어났다"며 "주력사인 OB맥주의 지분중 절반을 외국에 매각하고 부채 축소를 위해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기업의 내부지분율이 오히려 높아진 이유는 뭐냐"고 같은 해 국정감사서 따져묻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게 아니라 이런 사례들이 쌓여서 원치않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라며 "두산그룹처럼 반복되는 합병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본시장법 개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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