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100개가 넘는 바이오 기업이 기술특례로 상장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기술특례 1호로 2005년 상장한 헬릭스미스는 신약 개발에 성공하지 못하고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또 일부 기술특례상장 바이오는 경영진의 불법 행위나 도덕적 해이 등으로 주주들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지금도 유동성 등 문제로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위기에 빠진 바이오가 한둘이 아니다.
주식시장 투자자 사이에서 '바이오는 다 사기 아니냐'란 비판이 나온 이유다. 대다수 바이오 기업은 IPO(기업공개) 때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 안에 신약 파이프라인 기술수출 등으로 이익을 내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이 약속을 지킨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많은 바이오 기업이 임상 연구 실패나 지연 등 이유로 상업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R&D(연구개발) 경쟁력을 갖춘 여러 바이오 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실력을 뽐내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옛 레고켐바이오)와 에이비엘바이오, 에이프릴바이오 등이 대형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K-바이오의 저력을 입증했다. 알테오젠은 미국 머크(MSD)와 '키트루다SC'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이전에 성공하며 기업가치가 급등했다.
지금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심사를 받는 오름테라퓨틱은 지난해 95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와 총 1억8000만달러(당시 약 2336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이전은 계약금만 1억달러(당시 약 1298억원)로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이달엔 미국 버텍스파마슈티컬즈를 대상으로 최대 1조3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오름테라퓨틱 같은 기업이 많아질수록 K-바이오에 대한 신뢰는 두터워질 수 있다.
이제 국내 바이오 업계가 스스로 사기꾼이란 오명을 벗고 미래성장산업의 대표주자로 거듭날 때다. 2005년 기술특례상장 제도 도입 뒤 수많은 바이오 기업이 공모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연구를 진행했다. 그동안 우리 바이오 업계가 쌓은 연구 및 임상 경험과 노하우, 우수 연구인력 등 자산이 적지 않다. 실패도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옥석이 가려지기도 했다.
오는 9월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가 예상된다. 성장산업인 바이오에 대한 주식시장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시장의 유동성이 개선되면 다양한 파이프라인의 임상 연구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우리 바이오 기업이 마음껏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셈이다. K-바이오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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