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세계에서 가장 빠른 '패혈증 검사 기술' 개발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4.07.25 10:22

[박정렬의 신의료인]


서울대병원·서울대 공동연구팀이 패혈증(敗血症)의 새로운 신속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2~3일이 걸리는 검사를 반나절 만에 완료할 수 있어 '시간이 생명'인 패혈증의 예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본지에 게재됐다.

서울대병원 박완범(감염내과)·김택수(진단검사의학과)·김인호(혈액종양내과) 교수와 서울대 권성훈(전기공학부) 교수는 퀀타매트릭스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초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uRAST) 기술이 기존 방법 대비 검사 시간을 평균 48시간 단축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박완범·김택수·김인호 교수, 서울대 권성훈 교수.

패혈증은 혈액이 바이러스·세균·곰팡이에 감염돼 전신 염증으로 악화한 상태를 말한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병일 수 있지만 2022년 인구 10만명당 13.5명이 이에 따라 사망할 만큼 환자가 적지 않다. 2011년(10만명당 3.7명)과 비교해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패혈증에 걸리면 혈액을 타고 염증이 퍼지면서 혈관이 다치고, 이와 연결된 심장·폐·신장 등 여러 장기가 동시에 망가지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진다. 항균제를 적기에 처방받지 못하면 환자의 시간당 생존율이 9%씩 급격하게 감소해 30일 내 사망률이 30%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패혈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환자 혈액 내 존재하는 균을 확인하고, 이에 맞춰 최적의 항균제를 처방해야 한다. 문제는 세균을 배양하고 항균제를 고르는 '항균제 감수성 검사'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우선 36~48시간의 '사전 배양'(혈액 배양+순수 배양)을 통해 충분한 수의 병원균을 확보해야 한다. 다음으로 24~36시간의 '병원균 동정 및 항균제 감수성 검사'를 통해 병원균의 종류를 파악하고 효과적인 항균제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사전 배양 초기 단계인 '혈액 배양'은 병원균의 성장 속도에 따라 최소 1일부터 최대 7일까지도 소요될 수 있어 이 단계를 단축하는 것이 패혈증 예후 개선을 위한 중요한 기술적 도전과제였다.

합성나노입자를 활용한 uRAST의 병원균 분리 단계./사진=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등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uRAST는 혈액 배양 단계를 생략한 대신, 합성 나노입자를 투여해 혈액 속에서 병원균을 직접 분리하는 세계 최초의 '초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 기술이다. 합성 나노입자는 선천 면역 물질로 코팅돼 병원균의 공통된 분자구조를 인식하고 광범위한 종류의 병원균에 달라붙을 수 있다. 이후 자석을 이용해 이 나노입자만 걸러내면 60분 이내로 대부분의 혈액 속 병원균을 채취할 수 있다.


6시간의 신속 배양을 통해 감수성 검사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병원균을 확보하면 최소 36시간이 걸렸던 사전 배양 시간을 단축하고 신속한 후속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추가로 연구팀은 배양 이후 실시하는 병원균 동정 및 항균제 감수성 검사 과정에서 퀀타매트릭스의 신속 병원균 동정(QmapID)과 신속 항생제 감수성 검사(dRAST)를 도입, 최소 24시간이 걸렸던 기존 소요 시간을 6시간까지 단축했다.

초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uRAST) 진행 순서./사진=서울대병원

패혈증 감염 의심 환자 19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uRAST는 10㎖의 전혈만으로 모든 검사를 13시간 이내 완료했다. 기존 장비 대비 검사 시간을 평균 약 48시간 단축한 것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입증된 가장 빠른 속도의 항균제 감수성 검사 기술로 평가됐다.

정확도도 입증했다. 표준 검사방법과 비교했을 때 uRAST는 병원균 동정 단계에서 100% 일치하는 수준으로 균 식별이 가능했다. 감수성 검사의 범주적 정확도(Categorical Agreement, CA)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을 충족하는 94.9%로 확인됐다. uRAST가 빠른 진단뿐 아니라 표준 방법과 유사한 수준의 높은 정확도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전에는 패혈증의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원인균을 파악하기 전 항바이러스제·항생제 등 최대한의 처치를 시행하는 것이 치료 전략이었다. 적합한 약물을 선택하지 못했거나 환자에게 약물 내성이 있을 때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박완범 교수는 "항균제 감수성 검사에 드는 시간이 길어 최적 항균제를 적기에 투여받지 못해 안타깝게도 사망하는 환자들이 종종 발생한다"며 "초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가 가능한 uRAST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나아가 패혈증 치료의 혁신을 가져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김택수 교수는 "채혈 후 이른 시간 안에 필요한 모든 진단 검사 과정을 통합한 uRAST 기술은 패혈증 진단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이라며 "uRAST가 신속하게 병원균의 종류를 파악하고 효과적인 항균제를 찾는 신의료기술로 활용되어 패혈증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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