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가적 에너지효율의 중요성, EERS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머니투데이 박지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2024.07.26 05:24
박지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보면 수요관리 목표는 16.3GW(기가와트)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EERS(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지원사업 의무화) 등의 수단별 목표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하는 도전적 목표이다.

미국, 유럽에서 약 20년 전에 도입됐던 EERS 제도는 정부가 에너지공급자들에게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감축목표로 부여하고 소비자의 효율개선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제도로서 현재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가 시범사업 대상이다. 이를 적용받고 있는 한전의 경우 올해 소비자 효율개선 지원을 통해 절감해야 할 목표량은 판매량의 0.2% 수준인 약 1TWh(테라와트시)이다. 이는 제주도가 1년간 사용하는 주택용 전력의 양과 비슷하며 매년 지속적으로 목표량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그간 온실가스 감축이나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에너지 소비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늘 강조해 왔지만 여전히 국민적 관심은 공급측에 집중돼 왔기에 에너지 효율 향상에 관련된 EERS 제도 등을 법제화하고 제도이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등의 정책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는 선진국에 비해 늦은 편이다.

그러나 현재 시범사업 중인 EERS 제도는 정부에서 논의 중인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이 개정될 경우 본사업으로 전환돼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 감축에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정 법안에 담겨야 할 내용은 무엇보다 EERS 제도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므로 몇 가지 집어보고자 한다.

우선 EERS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업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과 판매량 감소에 의한 매출손실의 보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것은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에너지공기업에게 정부의 정책사업을 대행시키기 위한 기본 전제이다.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회사가 EERS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비용과 손실의 보전 제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공기업에게만 의무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모든 에너지공급자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EERS에 투입되는 비용이 원가에 반영돼 민간 경쟁사들에 비해 공정한 가격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국내 지역난방 공급량 중 약 절반의 판매 비중을 가지고 있는 지역난방공사의 경우에는 나머지 절반의 판매량을 가진 민간기업들과 비교해 공정한 원가경쟁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전력분야에도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 분산에너지특별법 시행으로 한전 외에 다양한 사업자들이 전력판매에 참여하게 되는데 EERS 비용이 원가에 반영되는 한전의 전력판매 가격경쟁력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한편 EERS에 사용되는 재원의 출처는 에너지소비자임을 분명히 하고 사업비의 투명한 관리 감독을 위한 체계도 갖춰야 할 것이다. 모든 소비자는 국가적 에너지 효율향상의 책임이 있으며 지원 혜택을 받는 대상임과 동시에 사업비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감시자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EERS를 활용해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고려한 설계는 물론 운영에 기반이 되는 관련 제도들을 치밀하게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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