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입이 즐겁고 마음까지 든든한, '언니네 산지직송'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4.07.25 08:50

염정아 안은진 덱스가 알려줄 한끼 밥상에 담긴 피땀눈물

사진=방송 영상 캡처


“아침에 맛있게 먹었는데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먹는 건 쉬웠지.”


‘언니네 산지직송’ 첫 화에서 배우 안은진은 남해 웃장 멸치 선별 작업 도중 자신과 함께 조를 이뤄 작업하던 어르신께 이같이 말한다. 이른 아침부터 강도 높은 작업을 한 탓에 한탄인 듯 던진 안은진의 말은 화면에는 제대로 잡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소리로만이라도 짚어줘야 할 만큼 그의 한 마디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완벽히 관통한다.


배우 염정아 박준면 안은진과 UDT 출신 유튜버이자 방송인 덱스가 출연하는 tvN ‘바다에서 밥상까지-언니네 산지직송’(이하 ‘언니네 산지직송’)은 바다를 품은 각양각색의 일거리와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철 밥상 먹거리까지 버라이어티한 여정을 담는다.


마치 염정아를 중심으로 출연진을 구성한 듯, 가족처럼 남매처럼 모인 네 명의 출연진은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푸른 바다가 반겨주는 남해에서 마주한다. 그곳의 대표 특산물인 멸치를 전문 식당에서 여러 메뉴로 맛보며 행복한 아침을 맞이한 네 사람은 서울과는 다른 풍경이 주는 설렘에 또 맛있는 음식이 주는 기쁨에 즐거움을 만끽한다. 하지만 들뜬 마음을 즐기는 것도 잠시였을 뿐. 제작진은 그들이 먹은 아침식사가 이날 수확하고 직송할 일과 관련이 있었음을 알려주고, 주황색 작업복까지 내민다. 식탁엔 멸치가 주재료로 사용된 메뉴뿐이었고, 하필 식당엔 멸치털이 작업장이 주변에 있다는 친절한 안내문까지 붙어있어 이들의 불안을 확인시켜준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멸치털이 작업장으로 향하는 배에 타게 된 네 사람은 도착 직후부터 곡소리(?) 나는 고강도 노동을 체험한다. 사방팔방에서 쏟아지는 멸치 소나기를 맞으며 바지선 위에 쌓인 멸치를 모아 담아 세척장으로 이동시키는 게 이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 바로 멸치 담기 작업에 돌입한 염정아 박준면과는 달리 먹을 땐 토실토실한 멸치에 행복했으면서도, 정작 큼직한 크기의 생멸치를 장갑 낀 손으로 만지고 느껴야 한다는 사실에 안은진은 두려워한다. 하지만 멸치털이 작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망설이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두려움을 누르고 작업에 참여한다. 덱스는 누구보다 강인한 체력을 앞세워 작업자들 틈에서 그물 터는 작업도 함께하고, 노동요로 흥을 돋우며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초보인 네 사람에겐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음에도 노력한 네 사람은 만족스러운 일당과 웃장 멸치 한 상자를 받는다.


열정의 바다마을 삶의 현장 체험을 마친 네 사람은 풍족한 일당으로 장을 보고, 해수욕장에 들러 잠시간의 여유를 즐긴다. 이후 네 사람의 보금자리에 도착, 본격적으로 바다마을 생활에 돌입한다. 이들의 땀과 눈물이 더해진 제철 멸치를 활용한 튀김 구이 무침 등 각양각색 멸치요리를 준비한다. 여기에 노동에 빠질 수 없는 삼겹살과 곁들일 상추 무침과 미역 냉국, 옆집 어르신께 얻은 감자도 올라간다. 염정아의 진두지휘 아래 박준면 안은진 덱스가 역할을 분담해 화려한 남해 제철 저녁상을 차린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삼시세끼 산촌편’을 통해 ‘큰손’으로 명성을 떨친 염정아는 ‘언니네 산지직송’의 맏이이자 중심축이다. 출연진 가운데 가장 크고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냈던 염정아는 자신의 짐가방에서 숙취해소제부터 간식거리, 와인 등을 끊임없이 꺼낸다. 무엇보다 자신이 가져온 물건을 제작진은 몰라야 한다는 듯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영화 ‘밀수’ 속 한 장면처럼 느껴져 동생들을 웃음 짓게 한다. 체력 면에선 다소 부족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흥을 돋우고 웃음을 유발하는 타고난 베짱이과 둘째 박준면과 일을 할 때엔 염정아 주니어인 듯 진심으로 임하고 풍경에 감탄할 땐 박준면 주니어인 듯 감상에 젖는, 사랑 넘치는 셋째 안은진은 어떤 순간에도 죽이 척척 맞는다. 청일점이자 막내 덱스는 과한 설정 탓(?)에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누나들로부터 덱쪽이(덱스+금쪽이)라 불리지만, 빠지지 않는 체력만큼 일할 땐 가장 먼저 나서 열심히 임하고, 어떤 순간에도 세 누나를 먼저 챙기고 생각하는 다정한 남동생이다.


사실 ‘언니네 산지직송’은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조합의 프로그램이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도시를 떠나 산 좋고 물 좋은 시골에서 한갓지게 요리하며 생활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하다. 특히 염정아의 경우 과거 ‘삼시세끼 삼촌편’을 통해 시청자에 익숙하기에 더욱 그렇다. 연예인이 낯선 노동 현장에 투입돼 이를 체험하고 돈을 버는 프로그램은 과거 ‘체험 삶의 현장’을 떠오르게 한다.




이처럼 뻔한 선택, 익숙하고 그저 그런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을 위험 요소 사이에서 ‘언니네 산지직송’은 첫 화부터 자신의 색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익숙함 속에 절묘한 한끝 차이. 그건 앞선 안은진의 말처럼 맛있게 먹은 뒤, 그 맛을 위해 식탁에 도착하기까지 고된 노동이 있었다는 걸 출연자들에게 직접 경험케 하는 것이다. 또한 다정하면서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첫째 염정아, 노동 중에도 쉼표를 찾는 둘째 박준면, 말 한마디에도 상대를 향한 배려와 다정을 드러내는 셋째 안은진, 일할 때만큼은 확실하지만 어쩐지 구박받는 막내 남동생 덱스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네 사람의 확연한 캐릭터가 시청자를 빠져들게 한다.


기대 없이 봤다가 기대 이상으로 반해버린 ‘언니들의 산지직송’. 첫 화가 끝난 순간부터 이들의 멸치 한 상은 어떻게 완성됐을지, 다음 화에는 어떤 작업을 하고, 어떤 제철 재료로 어떤 음식을 해 먹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주 목요일을 기다려야 할 이유가 하나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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