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에 찬물 끼얹은 두산그룹, 금융당국 발빠른 대처 효과 거두나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 2024.07.24 19:44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실적/그래픽=윤선정


금융감독원이 두산밥캣을 통한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 이슈가 한국 자본시장의 진로를 훼손할 수 있는 이슈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관투자자 뿐 아니라 외국인들과 소액주주들까지 한 목소리로 문제를 지적하는 문제를 좌시할 경우 정부가 총력을 다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다른 기업들이 두산의 사례를 되풀이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이 그룹 지배구조 재편을 발표한 이달 11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들은 두산밥캣 주식을 2000억원어치 넘게 순매도했다. 건설장비 업체인 두산밥캣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고 품질경쟁력을 인정받아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업체다.

그럼에도 외국인 매도가 몰린 것은 두산그룹의 의사결정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본다. 지난 22일 여의도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개최한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에 참가한 미국 사모펀드운용사 테톤캐피탈의 션 브라운(Sean Brown)이사는 "홧김에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던) 두산밥캣 지분을 대부분 처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1조원의 흑자를 냈는데, 합병 대상인 두산로보틱스는 191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교환 비율은 밥캣 1주당 로보틱스 0.63주다. 흑자 회사인 밥캣 1주를 줘도 로보틱스 1채를 채 받지 못한다는 점을 브라운 이사는 지적했다.


그는 "(기업가치를 종합할 때) 합병비율이 원래 96대 4로 나와야 하는데 49대 52로 나왔다니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반 정도나 희석을 당하는 것"이라며 "너무 격분하고 실망했고, 이사회에서 이런 결정을 했다는 것에 배신당한 느낌이 들었다"고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특히 제2, 제3의 두산그룹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는 후문이다.

일반주주의 이익과 상관없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알짜기업인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해 대주주의 이익만 극대화하려 한다는 주장이 투자자들에게 나오는 것은 정부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두산그룹의 움직임은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역행하는 결정이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소액주주들은 이미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12일 장중 10만9300원까지 갔던 두산로보틱스는 24일 종가기준 7만9800원으로 내려왔고 같은 기간 두산밥캣은 5만9200원에서 4만7050원으로 하락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두산밥캣 방지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상장법인에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은 이번 지배구조개편 방식이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라는 논리를 들고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참여자 뿐 아니라 당국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본 이슈를 그대로 유지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결국 합병철회나 시기조율로 계획이 변경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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