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역행' 두산 구조개편에 칼 빼든 금융당국…"정정신고서 요청"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24.07.24 19:11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스1
금융감독원이 두산그룹의 구조개편에 제동을 걸었다.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의 합병에 외국인 뿐 아니라 국내기관과 소액주주들까지 크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졌고, 두산그룹 자체적으로도 합병근거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중점과제로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정면으로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24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주식의포괄적교환·이전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공시했다. 정정신고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기재 또는 표시가 있는 경우 △중요사항이 기재·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일단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과 관련해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공시를 통해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두산 구조개편과 관련해 목적과 배경, 프로세스, 이로 인한 수익성·재무안정성, 위험성 등에 대한 정보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공시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구조개편 관련 투자자에게 좀 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요구는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지만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금까지는 일정이나 합병비율의 미세조정,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 등 부수적인 부분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합병배경과 목적, 효과가 미흡해보인다고 당국이 적시한 만큼 두산그룹은 전체 증권신고서를 원점에서 다시 써야한다. 신고서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문제지만 시장에서 반발하는 합병은 신고가 수리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부담요인이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이 이번 합병을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는 상황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11일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에 100% 완전자회사로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시장에서는 주주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두산밥캣 주주는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주식 0.6주를 받게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분이 집중된 두산은 두산밥캡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기존 14%에서 42%로 높아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 중에는 개미투자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도 있어 두산의 사례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데 불을 지피는 꼴"이라며 "밸류업을 추진 중인 감독당국 입장에서 이 이슈를 쉽게 넘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문제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도 지적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미명 하에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행태가 계속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시장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는지 (금융위원장으로) 일을 하게 될 때 보겠다"고 했다.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로 두산로보틱스가 낸 증권신고서는 효력을 잃게 됐다. 두산로보틱스가 3개월 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해당 증권신고서는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게 되면 이후 7일간 효력발생 기일이 주어진다. 이 기간 금감원에서 또다시 정정요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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