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습제와 성분 비슷한데…MD크림은 왜 '의사 처방'이 필요할까?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4.07.24 14:55

[인터뷰] 박귀영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

MD(Medical Device)크림은 '의사가 처방하는 보습제'다. 병원에서 처방받으면 실손보험 처리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MD크림을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아 실손보험을 청구하고, 불법 중고 거래로 되파는 사례가 적발되면서 지급심사가 강화됐다. 외래 진료 당 하나씩만 보험을 적용하거나, 제품을 열어 도포한 뒤 확인서를 받는 것으로 보험금 지급기준이 변경되고 있다.

박귀영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가 MD크림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MD크림의 성분은 보습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의사가 처방하는 2등급 의료기기(점착성 투명 창상피복재)로 분류된 이유는 '효능'(피부점착능)과 '안전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난 박귀영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의료기기와 일반 보습제는 규제와 인증 절차가 다르다"며 "화장품은 임상 연구가 없어도 출시할 수 있지만, 의료기기는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성분에 대한 품질 관리 기준도 더 높고 제조 공정에서도 무균 상태 유지 등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D크림이 보습제보다 "믿을만한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성분이 다양하다고 좋은 제품은 아냐


MD크림은 일반 보습제와 달리 질환 또는 외부 자극으로 손상된 피부장벽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일반적인 건조증 개선 효과 외에도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 방사선 노출, 1도 화상, 노인 건조증 등의 치료·관리에 널리 쓰인다. 'MD크림'이 고유명사처럼 쓰이지만 로션, 젤 등 다른 제형도 있다. 크림은 이 중에서도 가장 찐득한 제형이다.

MD크림의 밀착력은 제형뿐만 아니라 성분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치료 효과도 포함된 성분이 무엇이냐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가장 많이 쓰이는 '세라마이드' 성분은 피부 장벽 강화, 보습 효과가 강하다. 건성 피부나 아토피 피부염, 피부 장벽 손상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히알루론산'(고강도 보습, 피부 탄력 증가), '판테놀'(피부 재생 촉진, 항염증), '아르니카'(피부 진정, 부기 감소), '아젤라익산'(항균, 항염, 각질 제거), '니아신아마이드'(항염, 미백, 피지 조절), 글리콜릭산(각질 제거, 피부 재생 촉진) 등 주요 성분에 따라 효과적인 질환이 다양하다.

MD크림의 주요 성분과 효과/그래픽=김지영

피부를 지키는 동시에 색소 침착을 억제하는 '네오펩-S'는 병원 환자에게 자주 쓰이는 성분 중 하나다. 아토피피부염이나 유방암 등으로 방사선 치료받는 환자는 피부가 까맣게 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복적인 피부염으로 염증 반응이 악화하고 멜라닌 색소가 침착하기 때문이다. 네오펩-S는 멜라닌 색소를 촉진하는 티로시나아제라는 효소를 억제해 색소 침착을 막는다.

박 교수가 임상 시험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하루 2번 이 성분이 포함된 MD크림을 발랐더니 홍반과 멜라닌 지수, 가려움증, 각질 수분 함유도, 경피 수분 손실도 등 모든 평가 지표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그는 "네오펩-S라는 성분은 피부 재생, 항염, 콜라젠 합성 증가, 섬유아세포 활성화 등의 효능도 임상적으로 입증됐다"며 "주름 개선에 대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피부 문제를 경험하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MD크림도 '과유불급'으로, 포함된 유효 성분이 많다고 좋은 제품인 것은 아니다. 박귀영 교수는 "불필요하게 많은 성분이 포함되면 오히려 피부를 자극해 가려움, 발진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부 장벽이 건강한 사람은 항염이나 주름 개선 등 성분이 많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해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건선, 아토피와 같은 민감성 피부에는 성분 가짓수가 많은 제품이 되려 피부 자극을 부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피부 상태, 날씨 따라 용법·용량 달라야


일반인은 대부분 어떤 성분이 든 MD크림이 좋은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성분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흔히 '무향 제품'을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료 자체의 향을 덮기 위해 자극적인 향료를 첨가한 '무향 제품'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MD크림의 '병원 처방'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피부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고 부작용을 예방·관리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박 교수 역시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피부 상태에 따라 지질층의 세라마이드를 강화해주는 제품을 추천하거나, 노인성 건조증에는 역시 지질층의 또 다른 구성 성분인 콜레스테롤을 강화해 주는 제품을 추천하는 등 '맞춤 처방'을 내린다. 암으로 방사선 치료받는 경우 방사선 종양학과 교수와 연계해 네오펩-S 등이 포함된 MD크림을 처방해 빠른 회복을 돕고 있다.


자신의 피부 상태와 적응증에 맞는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만큼 적절한 용법·용량을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MD크림 사용량과 기간은 피부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1~2주가량 사용하면 피부가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지만 피부가 건조한 경우 더 많이, 자주 발라야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또 습도가 높은 여름 장마철에는 MD크림 사용이 과 보습을 유발해 피부를 짓무르게 하는 등 부작용을 부를 수 있어 더욱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박귀영 교수는 "무좀약과 같은 항진균제의 부작용으로 '피부과 약은 독하다'는 선입견이 생겼지만 모두 과거의 일이다. MD크림은 선택하기에 따라 일반 보습제보다 더 순하면서도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주기적으로 의료진을 만나 피부 상태를 확인하고, 이에 따라 MD크림 사용을 결정하는 것이 피부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박귀영 교수.

베스트 클릭

  1. 1 "박지윤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 "최동석 막말 심해"…누리꾼 반응 보니
  2. 2 [단독]"막걸리 청년이 죽었다"…숨진지 2주 만에 발견된 30대
  3. 3 "제시 일행 갱단 같다" 폭행 피해자 주장에…재조명된 박재범 발언
  4. 4 최동석 "남사친 집에서 야한 영화 봐"…박지윤 "성 정체성 다른 친구"
  5. 5 "어머니 아프다" 돈 빌려 도박한 이진호…실제 모친은 '암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