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이렌의 노래에서 배우는 탄소중립 축산업

머니투데이 한갑원 축산환경관리원 농장지원부장/경제학 박사 | 2024.07.24 12:48
한갑원 축산환경관리원 농장지원부장 /사진=축산환경관리원
도심 어디를 가든 남녀 누구나 손에 들고 있는 스타벅스 커피잔. 그 로고 속 여인은 바로 세이렌이다. 스타벅스 창업자는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들을 홀리듯이, 커피 맛으로 사람들을 홀리겠다는 마음으로 이 로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고대 로마 신화에서 세이렌은 상체는 사람, 하체는 새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일부 기록에는 인어로 묘사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지나가는 배의 선원들을 유혹하는데, 그 노랫소리는 어떠한 장벽으로도 막을 수 없으며 노랫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유혹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랫소리의 유혹으로 인해 암초나 섬의 얕은 물로 배를 끌어들여 난파시키고 사람들을 잡아먹거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무서운 존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많은 지혜와 예언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이를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듯 세이렌은 유혹으로 인해 우리의 삶을 돌아오지 못하게 한다는 단점과, 스타벅스 창업자처럼 세이렌의 장점인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지혜, 예언 능력으로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게 바로 축산업의 탄소중립이다. 일부에서는 축산업의 대규모 사육과 육류 소비 증가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축산업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세이렌이 유혹으로 인해 배를 난파시키고 사람을 잡아먹듯이, 온실가스 문제가 당장의 현실에서 위협요인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산업은 1950년 이후 우리에게 소중한 단백질 공급원 및 식량안보 자원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3% 미만이 농축산업에서 발생하고, 이중 1.5% 정도가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축산업이 마치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오해받는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그냥 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해에 대해 진실을 알리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실을 알리고자 한다.


축산업은 우리 사회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만은 아니다. 특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식용유, 라면 등의 식품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축산 사료의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2022년 강원대학교에서 연구한 '전과정 측면에서 한우의 환경적·산업적 특징 연구'에 따르면, 식품·경종 부산물을 사료로 사용하지 않으면 연간 2903만8449tCO2eq.로 자동차 3010만 3434대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타 산업에서 처리해야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축산업이 타 산업의 탄소 저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산업연계성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축산업을 하나의 산업의 속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산업연계성을 고려한 산업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과 탄소중립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여 활성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식품산업의 부산물을 축산업에서 이용하듯이 축산업 부산물인 가축분뇨를 비료로 사용해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경축순환농업을 실천해야 한다. 둘째, 축산업 자조금 사업에서 일부 비용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사업에 투자하는 탄소 오프셋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속 가능한 경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업 개발도상국에 가축분뇨 퇴비, 액비를 수출해 농작물 생산을 활성화하고 화학비료 대체를 통해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식품산업의 부산물을 축산업에서 사용하고, 축산업 부산물을 경종농가에서 활용하며, 경종농가의 작물을 식품산업에서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추가적으로 축산업 탄소 오프셋 프로그램 및 국제협력 강화를 통해 축산업의 국내외 인식이 개선될 것이다. 지금부터는 세이렌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지혜, 예언 능력을 찾아가듯이 축산업이 타 산업 분야와 연계하여 탄소 저감에 영향을 주는 '탄소저감 축산업'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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