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띄워 개미 등친 '작전'…찾기도 잡기도 힘든 해외로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 2024.07.25 05:00

[홍콩 리딩방, 끝나지 않는 작전]③

편집자주 | 국내에서 대거 매수한 해외 동전주가 하루 만에 폭락하는 일이 반복된다. 일부 투자자는 소개팅 앱에서 만난 외국인 여성이나 유명인을 사칭한 리딩방에 속았다며 피해를 토로한다. 불공정거래가 의심되지만 해외 주식을 이용한 탓에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 최소 5년 전부터 이어져 온 해외 작전주 일당의 범행을 짚어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세조종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엔 소수가 사채 자금으로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하거나 이른바 '기술자'를 초빙해 주가조작을 했다면, 이제는 시세조종을 하더라도 자기 자금은 일부만 투입하고 같이 사줄 사람을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모집하기도 합니다. 연루된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누가 주범이고 공범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금융당국 관계자)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불공정거래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 이전에는 한 국가 안에서 비교적 소수가 공모해 범행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인터넷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를 끌어모으고 국경을 넘나들며 시장을 교란한다. 초국경의 특성을 이용한 탓에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국내 투자자가 많이 매수한 해외 주식이 폭락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들 종목은 국내에서 로맨스스캠 혹은 투자리딩방을 이용해 투자금을 끌어모으고, 주가가 오르면 하루 이틀 만에 어김없이 폭락한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는 수사가 시작됐지만 해외 종목을 이용해 해결책은 요원하다.

24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과 금융감독원은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해외 종목과 관련, 국내 증권사의 연루 의심 계좌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해외 주식 특성상 거래가 국외에서도 이뤄졌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해외 금융당국에 협조를 요청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5년간 미국과 홍콩 증시에서는 국내 투자자가 많이 매수한 동전주가 폭락하는 일이 반복됐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관초홀딩스(HK:1872), 키즈테크홀딩스(HK:6918), 중천호남집단(HK:2433), 중보신재그룹(HK:2439),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된 이홈하우스홀딩스(EJH) 등 본지에서 파악한 것만 40여개에 이른다. (관련 기사: "하루 만에 -97%"…한국 개미들 싹쓸이한 '해외 작전주' 공통점 셋)


금감원은 국내 투자자에게 매수를 권유한 일당이 주가가 상승하면 보유 주식을 매도한 뒤 잠적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가조작 일당이 이익을 얻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검찰 출신 김우석 변호사(법무법인 명진)는 "간단하게 말하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라며 "자기들끼리 비싼 가격으로 사고팔아 가격을 올리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일반 투자자도 사게 된다. 주가가 오르면 다른 투자자에게 물량을 떠넘기고 빠져나오면서 차익을 실현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해당 종목의 매매거래 기록이 필수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하려면 해당 종목의 매매장과 체결장이 필요하다. 그걸 봐야 주식 주문을 낸 사람이 당시에 어떻게 움직였는지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이런 자료가 없으면 범죄 현장이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살인 사건에 비유하면 혈흔이나 흉기가 없는 곳에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결과만 보고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해외 금융당국의 협조를 얻어야만 조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긍정적인 점은 금감원이 홍콩 금융당국의 협조를 구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사례를 밝혀내는 등 국제 공조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금융당국에 협조를 구해서 불공정거래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하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과 경찰은 선례 없는 불공정거래 의심 사건에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초국경의 특성을 이용한 사례이다 보니 조사가 쉽지 않지만 부단히 노력 중"이라며 "해외 금융당국에 협조 요청을 했고 당연히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하고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면 꼭 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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