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탄광, 돈 벌 길 막막?…댕댕이도 달리는 이 길, 활력 찾은 폐광촌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김온유 기자 | 2024.07.24 08:30

[I-노믹스가 바꾸는 지역소멸]⑤강원 정선(종합)

편집자주 | 흉물 리모델링·님비(기피·혐오)시설 유치와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Innovative Ideas)'를 통해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I-노믹스(역발상·Inverse concept+경제·Economics)'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비영리단체(NGO)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재래시장과 빈집, 발길 끊긴 탄광촌과 교도소, 외면받는 지역축제 등이 전국적인 핫플(명소)로 떠오르면서 지방소멸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직접 이런 사례를 발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석탄 싣고 달리던 '이 길'에 9천명 몰렸다…폐광촌이 '핫플' 된 비결[르포]




운탄고도 5길/사진=김온유 기자
지난달 강원특별자치도에 있는 국내 최대 탄광인 태백 장성광업소가 88년 만에 문을 닫았다. 내년 삼척 도계광업소까지 폐광하면 대한석탄공사 산하 광산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60~70년대 석탄산업이 절정이던 당시 강원 지역을 이끌던 태백·삼척시와 영월·정선군 4개 폐광지역은 그만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석탄산업의 몰락은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대체산업 마련이 요원해서다.

하지만 80년 가까이 태백산맥 자락에서 캐낸 석탄을 싣고 달리는 차량이 오가던 길은 이들 폐광지역을 이어주는 소중한 유산으로 그대로 남았다. 이를 지켜본 지역 최대기업인 강원랜드는 2015년 희망일자리 사업 등을 통해 폐광로 정비사업을 진행했고, 이후 폐광지역개발기금 투자를 받아 2022년 9월 전 구간을 걸을 수 있는 길로 선보였다. 4개 폐광지역 능선을 따라 동서구간 173km로 이어지는 '운탄고도(運炭高道) 1330'은 그렇게 탄생했다. '구름이 양탄자처럼 깔린 길을 걷는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1330'은 구간에서 가장 높은 만항재의 해발고도(1330m)에서 가져왔다. 운탄고도는 1길부터 9길까지 구분해놨는데 7~9길은 차량 통행과 같이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 등이 논의되면서 재정비에 들어간 상태다.
/사진제공=동강사진박물관
실제로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2시간30분에 차를 타고 달려가 도착한, 운탄고도 5길 진입로에서 둘러본 태백산맥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도롱이연못까지 조성된 등산로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걷는 내내 맑은 공기가 코끝에 전해졌다. 걷는 길에는 과거 석탄을 나르던 흔적들도 남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운탄고도만의 매력이 느껴졌다. 특히 제주 올레길처럼 구간마다 특색이 있고, 영월 청령포와 함백산 만항재, 삼척의 미인폭포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를 만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직접 걸어본 5길을 따라 쭉 가면 삼척시로 갈 수 있다. 이날 운탄고도는 평일이라 한적했지만 강원랜드나 강원관광재단 등이 수시로 행사를 열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열린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에는 3000여명이 몰렸고, 외국인도 200여명이 참가했다. 특히 신청을 받은지 5분만에 접수가 마감되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운탄고도가 방송을 타면서 주민이 50여명에 불과한 영월군의 마을에도 이미 수천명이 다녀가는 등 새로운 관광지로서 잠재력을 확인했다.

지난달 16일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사진제공=하이원리조트
각종 트레킹 행사에도 인파가 줄을 잇고 있다. 이영주 강원랜드 차장은 "매년 5월 열리는 운탄고도 반려견 동반 트레킹 행사의 경우 올해 9000명이 몰렸다"면서 "수천명의 인원이 오는 만큼 숙박업체는 물론이고 시장을 비롯한 상권이 살아나면서 지역 경제에 기여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통이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꼽히지만 지난해에만 약 1만명 이상이 운탄고도를 찾는 등 내외부인들의 발길이 꾸준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상인들이 반기는 분위기다. 태백시 운탄고도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미선씨는 "여름철에는 확실히 관광객이 늘었다는게 체감된다"며 "태백에 실질적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한데 운탄고도를 더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변 주민들도 모두 운탄고도가 개통한 이후 지역의 변화가 빨라지고, 외부에서 오는 방문객이 최소 2배 이상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관광재단 관계자는 "운탄고도 개통이 2년 정도 됐지만 보완할 점이 적지 않고, 코스 개발도 추가로 더 이뤄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잠재력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운탄고도 5길/사진=이창명 기자




"폐광촌 매력 잇는 운탄고도,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키울 것"



운탄고도1330에서 진행한 '야생화 트레킹' 진행 모습/사진제공=강원관광재단
"운탄고도1330이 '산티아고'나 '제주 올레'를 넘어서는 관광지로 만들겠습니다."

최성현 강원관광재단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2022년 10월 운탄고도 정식개통 이후 이전보다 방문객이 600% 이상 늘었고 트레킹 행사만으로도 매년 3000여명 이상 방문하고 있다"며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운탄고도1330'은 강원특별자치도 내 영월·정선·태백·삼척 등 과거 탄광이 위치해있던 4개 시·군을 아우르는 길로 평균 고도 546m, 총 길이는 173km에 이른다. '1330'은 운탄고도의 전체 길 중에 가장 높은 곳인 함백산 '만항재'의 높이를 뜻한다.

현재 운탄고도가 조성된 폐광지역은 지역 최대기업인 강원랜드의 의존도가 높다. 사실 폐광지역 특별법에는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인해 낙후된 폐광지역의 경제를 진흥시켜 지역간의 균형 있는 발전과 주민의 생활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강원랜드를 제외하면 답을 찾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지역 주민들도 이같은 한계를 절감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한다고 목소리를 키워왔다.

최 대표는 "폐광지역의 기존 관광지에 시그니처가 될만한 장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폐광 지역 진흥지구에 해당하는 영월 주문리와 석항, 정선 사북·고한, 태백, 삼척 도계는 과거 석탄을 나르던 흔적이 묻어나는 임도(임산물을 나르거나 삼림의 관리를 위해 만든 도로) 자원이 풍부해 트레킹 코스를 만들기 비교적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탄고도가 폐광지역의 새로운 먹을거리가 될 수 있을 것다고 자신했다.

이와 관련해 강원관광재단은 폐광지역을 하나로 아우르는 광역형 통합관광 사업을 기본 골자로 한 3단계 사업을 2년째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운탄고도 연계 테마 트레킹' △폐광지역 관광지를 통해 여행 이벤트를 만드는 '폐광지역 게임콘텐츠 발굴 사업' △레저관광객의 체류형 관광 비율을 높이는 '강원 레저 4종 챌린지' 사업 등이 있다.

최 대표는 하지만 단순한 트레킹 코스 조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탄고도가 단순히 4개 시·군을 연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길을 조성하다 보면 아무래도 관광객의 눈높이와 다소 동떨어진 길이 될 수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흥지구 내에서 숲길 중심으로 규간을 재편하고 지역주민들의 먹을거리와 연계할 수 있는 여행상품 패키지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관광재단은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해 사북·고한 등 강원랜드 카지노로 인해 숙박시설이 늘어난 지역 외에도 관련 인프라를 조성하고, 다양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강원 레저 4종 챌린지' 등과 같은 사업을 통해 체류시간 연장에도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방송을 탄 '운탄고도 마을호텔' 이후 지역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성현 강원관광재단 대표이사./사진제공=강원관광재단
최 대표는 "강원도를 사랑하는 분들 덕분에 폐광지역의 자랑인 운탄고도에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오고 있다"며 "현재 지역 특산물 소규모 마켓 유치와 지역 전통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건전한 캠핑문화 캠페인을 추진해 지역과 기업이 상생하는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탄광촌 등 관광지 유지 보수 외에도 내실을 다져 심미적으로도 오고 싶게 만드는 관광 개발 사업을 만들 것"이라며 "앞으로도 화제성만 불러일으키는 껍데기 관광이 아닌 지역에 필요한 관광을 구현하려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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