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국민의힘 정치인은 당 대표 후보들이 서로를 헐뜯는 데만 몰두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가 누구 팀에 속해 있으니 나를 뽑아달라'는 식의 선거운동도 처음 봤다고 했다. 총선에서 참패한 상황, 더 나은 보수를 만들어 나갈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당대표 선거는 초반부터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얼룩졌다. 김건희 여사 문자메시지 논란이 터지자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에게 "고의로 총선을 패배한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비례대표 사천 의혹도 제기했지만 이렇다 할 근거를 대지 못했다.
나경원 후보는 기회가 날 때마다 한 후보에게 '왜 법무부 장관 시절 이재명을 구속시키지 못했느냐'고 공격했다. 한 후보가 나 후보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기소된 패스트트랙 사건과 관련해 "나 후보가 개인적으로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폭로하는 일도 있었다.
여섯 차례나 되는 방송 토론회에서 정치 현안이나 정책에 대한 발전적 토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비난할 것 다 하고 남는 시간에 잠깐 거론하는 수준이었다. 각 후보들은 대체로 상대 후보의 약점을 찾아내 비난하고 말꼬리를 잡았다.
이 같은 구태는 낮은 투표율로 이어졌다. 이번 전당대회 투표율은 48.5%로 지난해 전당대회에 비해 6.6%P(포인트) 낮았다. 정치권에서는 건강한 경쟁을 기대했던 당원들이 실망한 탓에 투표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어쨌든 전당대회는 끝났다. 정치권의 예상대로 한동훈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번 당 지도부는 해야 할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들 한다. 총선 참패 후 당이 지리멸렬 상태인 상황, 당을 통합해 보수 재건의 초석을 다지고 거대 야당에 맞서내야 해서다. '이런 전당대회 처음 본다'던 정치인은 이렇게 말했다.
"1년 뒤면 금방 대선 국면이 시작됩니다. 그 때까지 당을 잘 추슬러 보수 진영에 희망을 줘야 합니다. 그렇게 못한다면 당원들, 우리 당의 지지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좌절을 겪게 될 겁니다. 재집권은 멀어지고 당의 몰락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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