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실력으로 따낸 체코 원전 수주

머니투데이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 2024.07.24 02:03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

지난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이끄는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2기 원전건설은 1기당 사업비가 1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체코 역사상 단일 사업으론 최대규모라 할 정도다. 두코바니 원전은 우리나라처럼 쌍으로 된 1.4GW 원전 2기를 함께 짓지 않고 1GW 원전 1기를 따로 지어 순차적으로 운용한다. 이는 2022년 기준 9.7GW에 불과한 체코의 평균 발전전력을 고려한 선택이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팀코리아는 1.4GW인 APR1400의 축소형인 APR1000을 별도로 개발했다. APR1000 설계는 단순히 용량만 줄이도록 한 것이 아니라 까다로운 유럽사용자요건을 충족하도록 진행됐다. 그 결과 APR1000에는 다수의 혁신 안전계통이 구현됐다. 각 안전계통의 개발에는 설계와 실험을 통한 검증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95년 APR1400 기본설계가 시작된 개발 초기부터 주요 안전계통의 개념 개발과 실험적 검증을 통해 APR1400 및 APR1000 인허가 획득에 핵심역할을 했다.

대표적 안전계통의 하나는 비상시 노심 냉각수를 원자로 용기 측면에서 직접 주입하는 계통이다. 이 계통은 비상노심냉각수를 원자로로 들어가는 유로관에 주입하는 전통적 방식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노심 냉각을 할 수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MIDAS와 ATLAS라는 실험장치를 통해 APR1400과 APR1000 안전계통의 효과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인허가 자료로 제공했다. ATLAS 실험결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원자력기구(NEA)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국제적으로도 유용하게 활용됐다.

두 번째는 안전주입탱크 내부에 설치된 유량조절 장치다. 원자력연구원이 고안한 이 장치는 탱크에 저장된 냉각수가 비상시 노심으로 유입되는 양을 초기에는 많게, 후기에는 적게 들어가게 자동으로 조절하는 장치다. 냉각수 주입시간을 길게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다. 이 장치는 펌프수를 대폭 줄이는 계통 단순화를 가능하게 해 안전성뿐만 아니라 경제성도 향상한다.


이밖에 APR1000에는 피동보조급수계통과 피동노외용융물 유지냉각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피동보조급수계통은 비상시 운전원의 특별한 조치 없이도 자연순환에 의한 지속적인 원자로 냉각을 가능하게 하고 능동계통을 완전히 대체하는 계통의 단순화를 통해 건설비를 대폭 절감하는 효과를 준다. 용융물 냉각시스템은 중대사고 때 핵연료가 녹아 원자로에서 빠져나오더라도 일정한 공간에 가둬두고 자연순환을 통해 냉각하는 장치다.

이러한 APR1000 혁신 안전설비는 이번 입찰과정에서 기술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데 크게 기여했다. 탁월한 기술력에 더해 지난 45년간 평균 3년에 2기의 원전을 꾸준히 건설하며 구축한 독자적인 원전산업 생태계와 시공이력 덕분에 가능한 높은 가격 경쟁력이 수주성공의 주요 요인이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4기의 예산 내 적기 건설실적은 시공능력에 대한 신뢰를 확실히 했을 것이 분명하다. 기술력, 가격 경쟁력, 적기 시공능력 이 모든 것이 40여년의 오랜 기간 축적하며 준비한 우리나라 원자력계의 실력이다.

수년 동안 진행된 한수원의 철저한 입찰문서 준비, 끈질긴 협력증진 노력과 유관업체의 꾸준한 현지활동을 통한 우호적 분위기 형성이 수주에 큰 역할을 했다. 특사 파견을 통한 대통령 친서 전달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핵심적으로 기여했을 것이다. 체코에서 총리가 나와 발표할 만큼 중대한 국가적 결정에 우리나라 원자력계와 정부의 총체적이고 체계적인 준비와 노력이 큰 작용을 한 것이다. 이번 수주를 통해 프랑스와 미국과의 원전수출 경쟁에서 우위를 확인했지만 앞으로 확대될 유럽에서의 원전건설에서 추가 수주 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해 원자력계는 실력향상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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