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한국은 중국시장을 글로벌 전진기지 삼아 제조업과 통상대국으로 성장했고 경제교류가 커질수록 중국과 선린우호관계가 확대됐다. 그런데 '체제가 달라도 거래할 수 있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신냉전이 불러 낸 세상은 '무역의 무기화', '기술의 안보화'라는 새로운 문법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6월 탄생한 한미일 민간경제협의체가 주목된다. '제1차 한미일 비즈니스 대화'에서 한국경제인협회, 미국상공회의소, 일본경제단체연합회는 IT혁신, 디지털경제, 에너지 분야 무역·투자를 의제로 올렸다. 지속적 논의에 합의했고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작년 8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경제·산업분야 3국 협력이 민간에서 제도화된 것이다. 민간이 정부 협의와 연계돼 민간-정부 공조체제가 구축된 셈이다.
신냉전이 소환한 경제안보의 시대는 자본주의 민주자유체제와 비시장경제 권위주의의 대결구도가 지속되는 한 외면할 수 없는 새로운 현실이다. 현실을 똑바로 보고 신문법에 빠르게 적응해야 충격을 줄이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한미일 경제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AI 등 경제안보 핵심분야에서 중국 의존을 줄이고 통제 영역 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신냉전시대의 생존과 번영 전략이다. 디지털 대전환기의 세계 10대 빅테크 모두를 가진 미국이지만 홀로 실현할 수 없다. 부품, 소재, 최종조립의 강자인 한국과 일본의 참여 없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한국 역시 경제안보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거래원칙을 중국과 재설정하려 한다면 혼자선 쉽지 않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어느때 보다 한미일 공조가 요구되는 이유다.
한미일 경제협력을 중국 견제용으로만 국한할 필욘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출범한 G20은 신냉전시대에 글로벌 경제협력을 위한 논의역량과 신뢰를 상실했고, 그 일원으로 개도국과 선진국의 가교를 자임했던 한국의 전략공간도 사라졌다. 신냉전시대 급속히 재편되는 신경제질서 논의에 배제되지 않으려면 한국은 G7에 가입해야 하고, 한미일 경제협력체는 G7 확장 논의 무대로 활용돼야 한다.
나아가 한미일 경제협력체는 아태지역 기술혁신생태계로 발전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급속한 인구감소로 경제역동성 둔화위기에 처한 한국과 일본은 국경을 초월한 다양한 글로벌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핵심 연구개발 기지가 들어서고 아태지역 인재가 오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한국을 만든다면 신냉전의 높은 파도는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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