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는 오바마가 자신의 부통령으로 8년간 일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에 대해 찬사를 보내면서도 그 성명에 해리스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오바마는 "우리는 앞으로 미지의 바다를 항해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당의 지도자들이 뛰어난 후보가 등장하는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NYT는 이를 두고 오바마가 타고난 신중함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첫번째 이유를 들었다. 오바마는 실제로 4년 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바이든에 밀려 탈락하기 전까지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바이든을 대놓고 지지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정치인이라면 자신을 위해 8년간 부통령으로 일해준 19년 연상의 정치 동료를 지지했을 테지만 오바마는 전직 대통령으로써 개인적 감정보다는 공정한 원로의 자격을 우선한 것이다.
당시 오바마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 "나는 저울을 내 손으로 움켜쥐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오바마가 같은 인종이면서 성별로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해리스를 특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NYT는 해리스를 그런 관점에서 너무 일찍 지지하게 된다면 그것도 큰 정치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리스가 민주당 내에서 공정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 서둘러진 지명을 받게 된다면 정작 '최선의 합의가 아닌 자기들끼리의 대관식'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본선에서는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맥없이 무너질 수도 있을 거라는 지적이다.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오바마는 현재 자신의 역할을 "후보가 결정되면 당의 빠른 통합을 돕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NYT 오피니언 편집장인 패트릭 힐리는 이와 관련해 "해리스는 트럼프에 맞설 준비보다는 우선 당내가 아닌 실제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지성과 정치적 재능을 갖춘 대담한 후보인지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척 슈머 현 상원의장 등으로 구성된 비공식 민주당 원로원들은 아직까지 해리스를 당연직 승계자로 확정하지 않았고, 해리스가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유력 구도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힐리는 "해리스와 민주당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역사적인 교훈처럼 공정한 경쟁이 될 것"이라며 "유권자를 인선 과정에 참여시켜 그들을 공감하게 하고, 후보자를 전투 태세에 들어가게 하는 미니 예비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오바마가 강력한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맞섰을 때나, 2016년과 2020년 버니 샌더스가 각각 힐러리와 바이든에 강하게 부딪혔을 때가 선출자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사실이다.
오바마 역시 바이든의 사퇴까지는 이끌었지만 그가 직접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추가적인 개입은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를 상대하기 위한 민주당의 새 후보는 당내 계파 선택이 아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낼 스스로의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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