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밸류업의 출발점은 소액주주의 관점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 2024.07.23 06:21
최근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가 진행중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승계를 위한 구조 재편 작업을 진행 중인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에너지가 한화주식을 공개매수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한화에 대한 한화에너지 지배력이 커진다.

한화에너지는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가족 회사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는 내용의 사업 재편을 결정했다. SK온과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도 합병한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과 배경, 목적은 각각 다른데 일단 내부적으로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두산은 이번 자회사 교통정리를 통해 전문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차세대원전) 및 에너지사업에 여력을 쏟고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네트워크를 통해 북미·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성장을 가속화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SK그룹 역시 이번 자회사 합병을 통해 미래 혁신 사업의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의중이다.

명분은 좋지만 정작 시장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특히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큰 편이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분할, 합병 계획이 갑자기 나오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손해인지 이익인지 계산하는 셈법도 일반주주와 최대주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영업이익 1조3000억원대의 두산밥캣이 서로 움직이다보니 불만이 없을 수 없다. 한화그룹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비슷한 지적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배주주, 즉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밀고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소액주주 입장에선 합당한 주장이지만, 장기간 흐름을 보면 회사의 방침이 실제 주주들에게 보탬이 된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최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시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최대주주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중시하는 반면, 일반주주나 소액주주는 단기 주가흐름이 중요하다. 회사에 보탬이 되더라도 지금 당장 주가하락을 초래한다면 소액주주 입장에선 무척 고통스러운 이벤트가 된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런 간극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미흡하고, 소액주주를 위한 소통도 소홀하다는 점이다.

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국내 기업들의 낮은 PER(주가수익비율)은 취약한 지배구조와 소액주주권리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재벌기업들이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거래를 자주 행한다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는 질책도 나왔다.

정부는 해외 투자자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선을 없애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치제고를 위한 목표설정 등 기업 스스로의 밸류업 추진을 유도하고 지수개발 같은 유인책도 발표했다. 상법개정, 투자자 보호장치, 장기투자 세제 인센티브, 배당분리 과세 등 다양한 정책 개선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를 역행하는 이벤트가 잦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꼬리표는 쉽게 떼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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