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에 투자세 현금환급을"…'배터리 골든타임' 확보 절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4.07.23 06:30

[다시 뛰는 K배터리] ①: 투자 유치하고 세 부담은 줄이고…'일석이조' 제도로 캐즘 돌파

편집자주 | K-배터리가 전 세계적 캐즘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다. 주요국은 지원 정책을 쏟아내며 자국 배터리 산업 보호에 혈안이다. 앞서가는 중국, 추격하는 일본 사이의 K-배터리는 '넛크래커' 신세다. 배터리를 제 2의 반도체로 키워낼 수 있을까. '다시 뛰는 K배터리' 시리즈를 통해 해법을 찾아 본다.

주요국 투자세액공제 현급환급 현황/그래픽=윤선정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이하 첨단산업)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여야가 앞다퉈 첨단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무엇보다 실효성 있는 것은 '투자세액공제 현금환급(Direct Pay, 이하 현금환급)'이어서 관련 법안 도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패권을 노리는 주요국들은 이미 관련 지원에 나선 상황이므로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22일 정치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상훈 의원(국민의힘, 대구 서구)은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신설한 현금환급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는 법안을 지난 7일 발의했다.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나지 않아 세액공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공제액을 현금으로 지급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의 모델인 미국의 제도는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 주는 '직접환급'과 제3의 기업에 양도해 공제금액을 몰아주는 '미사용 공제액의 양도'가 뼈대다. 이는 첨단 기업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됐고 한국 배터리 업계도 미국 투자에 나섰다.

그런데 한국은 다르다. 첨단산업 기업이 법인세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영업이익이 나야 한다. 첨단산업 특성상 대규모 초기 투자 부담 등으로 영업이익이 작거나 손실이 발생한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제도의 효과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해 실적이 둔화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사용 세액공제분은 각각 6조3393억원, 6259억원에 달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설비투자가 예정됐지만, 캐즘 탓에 실적 둔화에 고전하는 배터리 업체들은 제대로 이익을 내기까진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며 "실탄 확보가 가장 절실할 때 국가 지원정책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현금환급 제도를 도입할 경우 감세 기준 충족과 관계없이 세액공제액 자체가 이익으로 돌아와 투자에 따른 조세 편익이 현실화된다. 현금환급 관련 법안은 지난달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태년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 수정구)이 발의한 '야당표 K칩스법'과도 궤를 같이한다. 반도체 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지난 8일엔 박수영 의원(국민의힘, 부산 남구)이 세제 및 보조금 지원에서 민주당안보다 한층 강화된 '스트롱 K칩스법'을 발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현금 환급 정책을 도입하는 국가에 강한 투자 매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환급 제도 도입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 시행에 따라 발생할 기업의 추가 세금 부담을 완화할 유일한 방안이다.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해 만든 초 국가적 조세 포탈 방지 협약이다. 매출 1조원 이상의 다국적 기업의 경우 해외 자회사가 최저한세인 15%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 받으면 모기업이 본국에서 차액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제도다. 한국은 이 같은 국제협약이 국내에서 구속력을 갖게 하기 위해 2022년 12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이 제도를 법제화했고 올해부터 시행 예정이다. 배터리 3사 등 미국에 투자를 해 IRA 세액공제 현금환급을 받은 한국 기업들은 현행법상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한다. 지난 4월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등의 주최로 열린 'IRA 대응과 글로벌 최저한세 세미나'에서 정현 공인회계사(법무법인 율촌)는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약 1조3000억원의 IRA 세제 혜택을 받았다"며 "다른 소득이나 결손이 없다면 이들 기업들은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라 이중 1800억원의 추가 세액을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도 현금환급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에 따른 추가 세 부담이 완화된다. 현행 일반세액공제 제도에서는 최저한세 실효세율을 계산할 때, 납부한 세금에서 세액공제액만큼을 차감하기 때문에 유효세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그만큼 최저한세인 15%와 유효세율간의 격차가 커져 모기업이 본국에서 추가 세금으로 내야 할 차액이 커지는 셈이다. 반면 한국에서도 현금환급 제도가 시행될 경우엔 해당 환급액을 소득에 산입시키게 돼 유효세율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모기업이 내야 할 차액 역시 감소한다.

주요국들은 현금환급 제도 도입을 통해 이미 빨빠른 대응에 나섰다. 싱가포르 등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앞둔 국가들은 자국 첨단산업 세제지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자국 기업들의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현금환급 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캐나다, EU(유럽연합) 등도 현금환급 제도를 이미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법인세 세액공제, 규제개선 등 방식이 제한적"이라며 "7월말 발표될 세법개정안에 현금환급 제도 등 혁신적인 세제 운용 방식을 반영한다면 배터리 관련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는 작년부터 현금환급 제도 도입을 건의 중이며 지난 2월에는 기획재정부에 현금환급 제도를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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