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이 정부에 제출한 '가을턴' 모집인원은 7707명에 달한다. 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22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각 수련병원은 병원 홈페이지에 전공의 채용공고를 올리고 진료과별 모집인원, 필기시험 및 실기시험 일정, 지원자격, 시험별 배점비율 등을 공개한다. 이들 병원에선 오는 31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원서를 접수한 후 필기·실기시험과 면접을 진행해 최종 인원을 선발한다. 선발된 인원은 9월1일 수련을 시작한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의 기존 전공과목, 연차, 지역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서 이번 '가을턴'에서 구멍 난 인력을 메꾸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마음이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동네 병·의원에 페이닥터로 취업하거나 직접 개원할 가능성, 미국 등 해외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전공의는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을 더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친구들도 그렇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교수는 "사직 전공의 중 절반 정도는 개원가로 빠지거나 (전문의를 목표로 삼았더라도) 전공을 바꿀 것 같다"고 했다.
사직 전공의가 전문의의 길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남는 경우 채용인력 시장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구직난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대한의사협회에선 전공의들을 위한 구인·구직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구인보다 구직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개원의를 대상으로 채용 독려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는 주로 암·중증·희귀난치질환 등 고난도 진료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했다. 특히 '빅5' 병원의 전공의는 전체 전공의(1만3531명)의 21%가량에 달했고 병원 내 전체 의사 가운데 비중도 37%에 이르렀다. 그러나 상당수 전공의는 이번 사태로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깨진 데다 의사에 대한 적대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굳이 전문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동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은 "외과 같은 필수의료 인력이 계속 줄어 지방·필수의료는 붕괴할 것"이라면서 "저비용·고효율 의료시대의 종말이 왔다. 그나마 남아 있는 필수의료 진료과 의사도 환자와의 신뢰가 깨어져 방어 진료와 소송전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참에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전공의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15개 주 정부 차원에서 외국 의대 졸업생이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을 보지 않고도 의사면허를 딸 수 있도록 관련법안을 통과시켰거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사직 전공의의 절반 정도는 미국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미국은 국내보다 환자를 적게 진료하면서도 연봉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전공의들이 과거 세대보다 영어·일어 등 외국어에 능숙해 언어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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