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이 간 길, 원전도 간다[우보세]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4.07.22 06:30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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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유럽 수출과 비슷한 첨이 참 많습니다"

한국이 체코에서 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을 수주한 것과 관련, 한 방산업계 임원은 이 같이 말했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 유럽에서 만들어낸 성과라는 점 외에도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는게 방산업계는 물론, 원전 생태계를 구성한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우선 유럽의 안보 수요가 꼽힌다. 큰 틀에서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러시아발 에너지 안보 이슈 부각의 덕을 봤다. 유럽은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았는데 러·우 전쟁으로 원전 등을 발판으로 자체 에너지 공급망을 갖춰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번 입찰에서 체코 정부가 보안 문제를 이유로 러시아를 배제하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올라간 배경이다. 근래 연이은 유럽 방산 수출의 배경 역시 러시아발 안보 위기론이었다.

이 같은 안보 이슈로 넓어진 시장을 적기 납기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파고들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체코 수주전에서 한국의 세일즈포인트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사막 지역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을 일정대로 건설한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예정대로 준공)' 능력이었다. 방산 유럽 수출 역시 언제든 대량 생산이 가능한 군수 산업 체계가 뒷심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K-원전과 방산이 프랑스와 독일 등을 그들의 안방 시장인 유럽에서 따돌렸다.

원전과 방산 모두 수출 상대국과 사실상의 동맹에 준하는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다. 원전의 수명은 통상 60년이다. 한 번 수출계약을 맺으면 양국은 이 기간 안정적 운영과, 유지, 보수에 공동 보조를 맞춰야 한다. 서로 에너지 안보 파트너가 되는 셈이다. 국가 안위를 책임지는 가장 직접적 수단인 방산을 매개로 한 관계는 말할 것도 없다. 어느 나라든 동맹에 준하는 국가에만 무기를 수출한다. 상호 신뢰가 두터워야 운영·유지·보수를 믿고 맡길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유럽 원전과 방산 수출 간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다. '속도'다. 15년만의 원전 수출인 이번 체코 수주는 K-원전의 첫 유럽 진출이다. 반면, 방산은 일부 제품의 경우 이미 유럽 시장 깊숙히 침투해 있다. K9 자주포가 대표적이다. K9은 루마니아를 비롯해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폴란드, 튀르키예 등 6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가입국에서 운용된다. 사실상의 유럽 표준 자주포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나토 최전선 국가들을 석권한 K-방산과 비슷한 길을 가는 원전 수출의 다음 목표는 폴란드와 루마니아, 스웨덴, 영국, 이탈리아다. 팀코리아는 '온 타임 온 버짓'에 더해 '유럽 원전 생태계 구축 기여'도 세일즈포인트로 내세울 태세다. 유럽 수출국이 늘어날 수록 체코에 구축해둔 현지 생산기지(두산스코다파워)를 중심으로 한 원전 생태계가 두터워진다. K-원전이 또 다른 '유럽 표준'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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