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15만원, 재테크 중개업무"…컨설팅 업체의 '수상한 알바'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이강준 기자 | 2024.07.19 17:29

정상 업체 사칭해 보이스피싱 수거책 모집…
법조계 "보이스피싱 의심에도 가담, 실형 가능성도"


"안녕하세요, ○○컨설팅입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맞춤 인재로 떠서 연락드립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무슨 보이스피싱이나 불법적인 일은 아닙니다. 요즘 하도 선입견 때문에 구인이 어려워 일당이 높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오유강씨(가명·26)는 지난 17일 오후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상대 남성은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 그는 "재테크 투자금을 인편으로 전달하는 일을 하면 하루 일당 15만원 받을 수 있다"며 "절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같은 불법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영업 중인 업체를 사칭해 '고객 투자금을 인편으로 전달만 하면 된다'고 속여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을 모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컨설팅의 제안을 받고 활동한 보이스피싱 수거책 5명을 검거하고 해당 업체를 사칭한 신원 미상의 남성을 쫓고 있다.



"절세 때문에 재테크 투자금을 인편으로 전달해야"…카페서 대기하다 전달만 해주면 일당 15만원·식비 교통비 별도 지급



○○컨설팅 홈페이지에 올라온 구직공고. /사진=○○컨설팅 홈페이지

전화를 받은 오씨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다. 남성은 일당 15만원을 당일 지급한다는 점과 회사가 국세청 홈택스에서 조회할 수 있는 정식업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씨가 포털사이트에 ○○컨설팅을 검색하자 '대한민국 최고의 재테크 전문 기업으로 우뚝 솟고자 한다'는 문구와 함께 홈페이지가 나왔다. 홈페이지에는 사무실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팀장 등 직원소개 페이지가 있었다.

오씨가 거듭 인편으로 돈을 전달하는 이유를 묻자 남성은 고객이 의뢰를 맡길 때 이체를 하는 과정에서 증여세가 한번 부과된 뒤 재테크 수익에 대해 소득세가 또 부과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컨설팅 홈페이지에 올라온 안내. /사진=○○컨설팅 홈페이지

근무조건도 자세히 설명했다. 본인 주거지 주변에서 개인 시간을 보내다가 최대 2시간 거리의 요청이 접수되면 업무를 본다고 했다. 이때 교통비나 식비, 카페 이용료도 전액 별도로 지원한다는 안내가 뒤따랐다.

남성은 자신들은 금융사 위탁받아 재테크 중개업무만 하기 때문에 담당자는 따로 있다고도 했다. 그는 "고객을 만나면 그쪽(금융사) 담당자 부탁으로 왔다고만 말하고 재테크 계약서나 계약금을 수령해 고객과 인사하고 헤어지면 된다"며 "이후에는 저희 거래처 직원을 만나러 가서 직접 인수인계까지 해주는 간단한 업무"라고 했다.

오씨는 업무 전 근로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전화를 걸었던 남성은 "전국적으로 구인을 하는 특성상 지원자를 일일이 만나 대면 면접을 하는 게 어려워 지금하는 통화를 전화면접으로 생각해주면 된다"며 "법적 효력이 있는 전자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나중에는 카카오톡으로 전자 계약 사이트에서 감시와 추적 인증서도 따로 설치할 것"이라고 했다.



○○컨설팅 사칭해 채용한 수거책 4명 경찰에 검거…경찰, ○○컨설팅 가짜 홈페이지 폐쇄 후 상선 추적


경찰은 경기, 충남과 광주 등에서 ○○컨설팅의 제안을 받고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활동한 피의자를 검거해 수사 중이다. 지난달과 이달초에 걸쳐 경기 군포경찰서, 광주 북부경찰서, 충남 서천경찰서와 아산경찰서 등은 사기 등 혐의로 5명의 수거책을 검거했다. 이들은 모두 ○○컨설팅을 사칭한 이들의 전화를 받고 범죄에 가담했다.

경찰 관계자는 "○○컨설팅은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합법업체인데 누군가 이 업체를 사칭해 수거책을 고용하고 있다"며 "○○컨설팅을 사칭해 만든 가짜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수거책과 상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무훈 법무법인 테헤란 변호사는 "최근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의심할 수 있는데도 범행에 가담한 경우 단순 수거책에게도 실형을 선고 하고 있다"며 "상부 지시를 받아 피해자를 만나 피해금을 받아 조직원에게 전달하는 정도로 단순 가담해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지 않고 실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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