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첫 여성 서울시의장이 된 소감을 묻는 이들에게

머니투데이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 2024.07.22 04:20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사진제공=서울시의회
'슈퍼 선거'의 해인 2024년 반전의 키워드는 단연 '여성'이다. 세계 곳곳에서 여성리더십이 유례없이 약진하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에선 최고위직 4개 자리 중 3개에 여성이 지명됐다. 얼마 전 도쿄도지사 선거에선 여성 대 여성의 대결이 펼쳐졌다.

그렇다. 세계는 지금 뉴노멀이 된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헤쳐 나가기 위해 새롭게 여성 리더십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하드파워로 찾아낼 수 없었던 기회를 여성의 소프트 파워를 통해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선 지방의회가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후반기 의회의 새 진용을 짜고 있는 대한민국의 광역·기초의회에서 사상 첫 여성 의장이 연이어 탄생하고 있다. 그 선두를 끊은 곳이 바로 필자가 몸담은 서울특별시의회다. 서울시의회는 '68년 의정사 최초의 여성 의장 시대'를 활짝 열며 가보지 않은 낯선 길에 들어섰다.

요즘은 어딜 가든 만나는 이들마다 내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첫 여성 의장'이 된 소감과 각오에 대한 물음이다. 이는 서울시의회 첫 여성 의장의 탄생이 갖는 정치적 함의와 첫 여성 의장에게 거는 기대의 크기를 보여준다.

'정답'을 찾기 힘든 그 질문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그 물음을 이렇게 치환한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로. 그리곤 내 정치의 원점으로 돌아가 해답을 찾는다.

평범한 시민에게 정치는 더욱 필요하다. 20년 가까이 가정이라는 가장 작은 사회를 지켜 온 내게도 수시로 정치가 필요한 순간이 찾아왔다. 그러나 거대한 정치 운동장 위에 우리 일상의 문제가 들어설 자리는 적었다. 그래서 직접 문을 두드린 곳이 지방의회였다. 민주주의의 이상이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실현되는 지방의회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지난 10년 서울시의원으로 사는 동안 거대 프로젝트에 가려져 있던 일상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당장 매일 이용하는 버스 노선이 사라진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과 집행기관을 잇는 가교역할을 통해 시민 불편을 해소했다.

매번 후 순위로 밀려야 했던 보육, 교육, 환경 정책의 빈틈을 조례와 예산으로 촘촘히 채웠다. 이렇게 나의 문제에서 우리의 문제로, 그리고 서울의 문제로 시야를 넓혀가며 지방의회가 우리 삶의 해법이 되는 생활 정치의 무대임을 증명해왔다.

그리고 여성 의장 시대라는 낯선 길의 선두에 선 지금 일류 생활 정치를 꿈꾼다. 시민이 일상에서 바라는 것을 당장 해결해주지 못하는 중앙정치를 대신해 지방의회가 시민의 희망이 되겠다는 목표다.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곳에서 얼음이 저절로 녹을 리 없다. 시민에게 찾아가 햇빛이 될 수 있는 지방의회, 시민이 기댈 수 있는 지방의회가 되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첫 여성 의장이 된 소감을 묻는 이들에게. 서울시의회 여성 의장은 내가 처음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수 있도록 온 마음 다해 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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