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 미국] 피격 사태 후 트럼프 기세에 '총기 규제' 역공 통할까?

머니투데이 한인재 기자, 김동규 PADO 편집장, 김서아 PD | 2024.07.20 07:00

편집자주 | '미국과 싸우는 미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강대국으로 세계를 이끌어가면서 나 홀로 경제 호황을 누리는 미국,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민주당 대 공화당, 트럼프 대 바이든, 해안가 대 내륙, 백인과 히스패닉 등 미국의 속사정에 대한 심층 분석과 세계 패권 경쟁과 국제 정세에 대한 진단까지 '미국 대 미국' 코너에서 만나보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벌어진 총기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39살의 오하이오주 흙수저 출신 백인 남성인 J.D.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인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면서, 승세를 더욱 굳혔다는 전망이 이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 중 피격당한 펜실베이니아,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위스콘신, 밴스 부통령 후보의 출신지인 오하이오는 쇠락한 공업지대를 뜻하는 '러스트벨트(rust belt)'에 속한다. 러스트벨트는 자동차 공업, 철강 공업, 광산업 등의 중심지로 노조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이들 지역은 '블루월(blue wall)'이라 불릴 만큼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대선에서 선택이 엇갈리면서 미국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격전지인 경합 주(스윙스테이트)가 됐다.

2016년 공화당에 빼앗겼던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미시간을 2020년에는 민주당이 되찾아 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었다. 이번에는 다시 이들 경합 주에서 트럼프 후보가 앞서고 있다.



총기 규제론으로 여론 반전할 수 있을까



(오크스 로이터=뉴스1) 장시온 기자 = 2017년 10월 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오크스에서 열린 총기 쇼에 AR-15 소총이 전시되어 있다. AR-15는 13일(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태의 용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총은 지난 2012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대량 살상 사건 17건 중 10건에 사용됐다. 2024.07.1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진=(오크스 로이터=뉴스1) 장시온 기자

이번 피격 사건에 사용된 총기는 AR-15다. 이 총은 군사용 반자동 소총 M-16의 민간용 버전이다. 미국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에 자주 등장하는 총기가 AR-15다.

미국 사회가 총기 때문에 위험해지고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측은 총기 보유를 옹호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역공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 헌법은 총기 보유와 소지의 권리를 보장한다. 1791년에 제정된 미국 수정 헌법 제2조에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free 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헌법에 총기 소유 권리가 보장된 상황에서, 법규로 총기를 규제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도시가 아닌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경찰을 불러도 20분은 걸리는데 지금 내 집 앞에서 가족을 위협하는 강도를 맨손으로 막을 수는 없다.

헌법에 각 주의 안보를 지키는 민병대의 필요성이 명시돼 있는 것처럼, 실제로 미국은 각 주에 주 방위군을 두고 있다. 주 방위군은 보병뿐 아니라, 항공기, 전차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국민이 자신의 안전과 자유로울 권리를 스스로 지킨다는 민병대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총기 보유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미국의 사회문화적 시스템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이웃 나라인 캐나다에서도 쉽게 총기를 살 수 있는데, 미국처럼 총기 사건이 빈발하지는 않는다. 총기 보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민주주의 국가도 꽤 있다. 스위스도 집에 총기를 둘 정도로 민병대의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다.




'힐빌리' 밴스 지명으로 승세 굳히는 트럼프


[밀워키=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15일(현지시각) 부인 우샤와 함께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에 도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첫날 밴스 의원을 본인의 러닝메이트로 지목, 발표했다. 2024.07.16. /사진=민경찬

러스트벨트인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인 J.D.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것은 일석삼조의 선택이었다. 밴스는 쇠락한 공업지대 출신의 흙수저지만 가난과 역경을 딛고 명문대를 나와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를 '힐빌리의 노래'라는 책에 담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 책은 2020년 같은 제목의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힐빌리(hillbilly)'는 산골촌뜨기라는 뜻으로, 경제적으로 쇠락한 지역에서 대물림되는 가난의 굴레 속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밴스는 약물 중독자 어머니 밑에서 가정 폭력을 겪으며 가난 속에서 어렵게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미국 해병대에 입대한다.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그는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되고, 미국 해병대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 생활하면서 자신도 바뀔 수 있다고 깨닫는다. 이후 오하이오 주립대에 입학해 정치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미국의 대표적 명문대인 예일대의 로스쿨을 나온다. 이렇게 밴스는 '힐빌리'의 굴레를 벗어나 변호사, 사업가, 정치인으로서 성공하게 된다.

밴스의 부모는 다른 스코틀랜드·아일랜드계 출신 백인들처럼 러스트벨트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밴스는 가톨릭 신자다. 그의 와이프는 뉴델리에서 온 인도계다. 이런 배경 때문에 밴스는 개신교를 믿는 주류 잉글랜드계 백인이 아닌 소수계를 대변한다는 이미지도 갖고 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이 고령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39살의 젊은 나이도 강점이다. 이 같은 그의 면모는 금수저 출신 재벌이자 개신교 신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보완해 준다.

[밀워키=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이 귀에 거즈를 붙인 채 15일(현지시각)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RNC)에 참석해 JD 밴스 부통령 후보와 얘기하고 있다. 2024.07.16. /사진=민경찬

공화당의 집권 의지가 더 강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경합 지역이라고는 볼 수 없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다. 공화당은 여전히 민주당 세가 강한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었고, 러닝메이트로 러스트벨트 흙수저 출신의 소수계 백인 남성을 선택했다.

그 직전에는 러스트벨트의 중심이자 대표적 경합 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었고, 트럼프 후보가 총기 피격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공화당 지지층은 더 결집했다. 민주당에는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도, 지지층 이탈을 막을 메시지도 잘 안 보이는 상황이다.

※이 기사는 머니투데이 공식 유튜브 '채널M'에서 국제시사문예지 PADO의 김동규 편집장이 진행하는 [PADO 편집장의 '미국 대 미국']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과 구체적인 분석은 첨부된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베스트 클릭

  1. 1 계단 오를 때 '헉헉', 유명인도 돌연사…'이 병' 뭐길래
  2. 2 [TheTax] 아버지 땅 똑같이 나눠가진 4형제…장남만 '세금폭탄' 왜?
  3. 3 '농구스타' 우지원, 결혼 17년만에 파경…5년 전 이미 이혼
  4. 4 방시혁 9000억 날릴 때…주식 600% 불린 대표님, 누구?
  5. 5 한 달 복통 앓다 병원 가니 이미 전이…"5년 생존율 2.6%" 최악의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