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0개' 증권가도 포기한 광동제약…"분석할 이유가 없다"

머니투데이 김진석 기자 | 2024.07.19 06:00

[증권업계가 보는 광동제약의 딜레마②]

여의도 증권가./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제약·바이오 업종이 하반기 증시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에 관련 기업에 대한 증권가의 분석 리포트가 쏟아진다. 하지만 광동제약에 대한 리포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제약사임에도 불구하고 F&B(식음료) 사업 매출에 의존하고 있어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2023년 7월 17일~2024년 7월 17일) 동안 광동제약에 대한 기업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는 한 곳도 없다. 조사 기간을 2년으로 넓혀도 증권사 리포트는 한 건(상상인증권·2023년 6월 1일 발간)에 불과하다.

광동제약의 시가총액(18일 기준)은 3528억원이다. 시총 규모가 비슷한 대원제약(3828억원)의 리포트는 1년간 16건 발간됐다. 그 밖에도 중소형 제약주 보령(20건), JW중외제약(23건), 동아에스티(46건), 콜마비앤에이치(13건) 등에 대한 분석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광동제약의 소외 원인을 '모호한 정체성'으로 꼽았다. 제약사지만 식음료 매출 비중이 높다. 광동제약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에서 삼다수가 33.8% 비중을 보였다. 비타500류(10.9%·약국영업 제외), 옥수수수염차(4.8%), 헛개차(4.7%)도 높다.

A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커버하는 게 마땅하겠지만 필요성을 못 느끼는 상황"이라며 "연구개발(R&D) 성과와 같은 모멘텀(주가 상승 동력)이 명확해야 하는데 부재한 상황이고, 매력 있는 재료가 없어 리포트 수요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광동제약의 연구개발비는 타 제약사 대비 규모가 작다. 지난해 광동제약의 연구개발 비용은 204억1000만원(별도)으로 매출액 대비 2.2% 정도다. 2021년(1.5%), 2022년(1.6%)과 비교해 소폭 늘리긴 했지만, 올해 1분기 다시 1%대로 내려앉았다.

과거 발간된 리포트에서도 광동제약의 모멘텀으로 제약이 아닌 F&B 제품을 꼽았을 정도다.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 후 상상인증권은 "청심원류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고 비타500의 성장 폭도 컸다"며 "제주삼다수 등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광동 비타500 광고./사진출처=광동제약 홈페이지 갈무리

식음료 섹터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분석할 만큼의 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식음료 업종을 담당했던 B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광동제약은 바이오와 유통 섹터 모두에서 건드리지 않으려는 부류에 속한다"며 "보고서를 쓸 이유가 없다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광동제약이 발 담고 있는 두 가지 업종 모두 최근 주식시장에서 관심도가 높은 섹터"라며 "통상적인 경우라면 누가 담당해도 이상하지 않고 서로 욕심을 내겠지만 그러한 반응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시장 소외 해소도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광동제약에 대한 제약 업계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약업계 종사자 C씨는 "광동제약은 일반적인 제약사들과 사업구조가 크게 달라 보통 비교군으로 두지 않는다"며 "본업에서조차 전문의약품보다 일반의약품에 초점을 두는 회사로 각인돼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 매출 덕에 꽤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주가는 움직이지 않는다. 18일 광동제약은 전날보다 60원(0.88%) 하락한 6730원에 마무리했다. 지난 1월 19일 장 중 기록한 52주 최고가와 비교해서는 21% 떨어졌다. 바이오·식품주 랠리를 모두 빗겨났다.

이에 광동제약도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15일 이탈리아 희귀의약품 전문기업 키에시(CHIESI Farmaceutici)의 희귀의약품 4종을 추가 도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체외진단기기 기업 프리시젼바이오와 반려동물 헬스케어 비엠스테이지 인수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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