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0원 때문? 80대 무기수 된 할머니 '농약 사이다' 미스터리[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 2024.07.18 05:30

편집자주 | 뉴스를 통해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5년 7월18일. 경북 상주의 한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몰래 농약을 넣어 이를 마신 할머니 2명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를 받는 80대 여성 박모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를 용의자로 특정, 체포한 지 하루 만이다. /사진=뉴시스

2015년 7월18일. 경찰은 경북 상주의 한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몰래 농약을 넣어 할머니 2명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를 받는 80대 여성 박모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를 용의자로 특정, 체포한 지 하루 만이다.

박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씨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사이다에 농약을 넣었던 것일까.



할머니 6명 쓰러졌지만, 박씨는 '외면'


음독 사건이 발생한 경북 상주 공성면 금계리 마을회관. /사진=뉴시스

사건은 2015년 7월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마을회관엔 박씨 등 할머니 7명이 모여 있었다. 박씨를 제외한 할머니 6명은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었고, 마침 전날 잔치에서 마시다 남은 사이다가 눈에 들어왔다.

1.5ℓ 페트병에 든 사이다는 색깔이 다른 자양강장제(박카스) 뚜껑으로 닫혀 있었다. 할머니 6명은 별다른 의심 없이 사이다를 나눠마셨고, 하나둘씩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다만 홀로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박씨는 1시간 넘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한 할머니가 마을회관 밖으로 기어나갔고 주민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박씨는 구조대에 쓰러진 노인이 더 있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결국 마을회관에 있던 할머니 5명은 두시간 가깝게 방치됐다가 뒤늦게 병원으로 후송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할머니 2명은 숨졌다. 겨우 목숨을 건진 4명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사이다 속 살충제…박씨 옷에서도 검출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의 피고인 박모씨가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2016년 5월 19일 대구고등법원으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씨는 할머니 6명이 왜 쓰러졌냐는 이장의 질문에 "사이다를 먹어 그렇다"고 답했다. 이장은 이를 토대로 경찰에 "할머니들이 음료수를 먹고 쓰러졌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이다병에 대한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사이다병에서 해충 방제에 사용되는 무색무취 살충제 메소밀이 검출됐다고 했다. 메소밀은 독성이 강해 3년 전 판매 금지된 제품이다.

경찰은 혼자 사이다를 안 마신 박씨가 의심됐다. 압수수색을 진행한 끝에 박씨의 집에서 메소밀이 든 박카스 병 다수를 발견했다. 더구나 박씨가 입고 있던 옷과 지팡이, 전동휠체어 등에서도 메소밀 성분이 검출됐다.

박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할머니 6명이 쓰러졌지만 119에 신고하지 않은 건 휴대전화를 쓸 줄 몰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옷과 지팡이 등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에 대해서는 "쓰러진 노인들이 토한 분비물을 휴지로 닦아준 뒤 이를 바지 주머니에 넣었고 그 과정에서 농약 성분이 묻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하지만 박씨의 옷에서는 피해자들의 유전자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의문으로 남은 범행 동기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의 피고인 박모씨가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2016년 5월 19일 대구고등법원으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박씨가 범행 전날 피해자 6명과 10원짜리 화투놀이를 하다 크게 다퉜다며, 이를 범행 동기로 내세웠다. 하지만 박씨의 변호인은 평소 온화한 성격의 박씨가 70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할머니들을 음독 살인했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 박씨가 언제, 어디서 농약을 입수해 어느 시점에 사이다에 탔는지도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씨 측은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하지만 배심원 7인은 만장일치로 유죄로 평결했고, 박씨를 무기징역에 처해야 한다는 양형 의견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의 의견과 같이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오랜 시간 마을에서 지내던 피해자들 2명을 살해하고 4명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으로 죄가 매우 무겁다"며 "그럼에도 박씨는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주장을 임기응변식으로 수시로 변경해왔고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박씨 측은 "피해자들과 다퉜다고 하더라도 다툰 원인이 10원짜리 화투놀이인데, 10원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도 박씨 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원심과 똑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16년 8월 이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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