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바이오 찬바람에 CRO산업은 얼었다

머니투데이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 2024.07.19 02:02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올여름의 더위는 유난히 빨리 왔다. 무더운 여름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더위에 지친 느낌이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열대야는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이 날지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바이오업계는 아직도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이다. 투자금이 풀리는 봄은 언제 올지 지루하기만 하다. 지금이 바닥일지, 아니면 내년에는 바닥 밑에 지하실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 속에 많은 바이오벤처업체가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물론 모든 바이오벤처기업이 힘든 것은 아니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대부분 어려운 상황이지만 속된말로 잘나가는 기업의 시가총액은 수조 원에 이르고 기술이전을 통한 충분한 연구·개발자금을 확보했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모든 기업이 상장하고 기술이전으로 이익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상황은 대부분 바이오벤처기업을 움츠리게 한다. 말 그대로 벤처정신을 발휘하기 어렵고 오히려 버티기를 하고 있어 신약개발과 연구가 회복 불가능한 임계점을 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신약개발업체들이 신약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연구·개발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개발하려는 약물의 효력이나 독성을 평가해주는 임상시험 수탁기관(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CRO)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지금의 투자경색 상황이 호전돼 투자금이 풀리지 않으면 국내 CRO분야도 지속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선 이 산업분야가 꽃도 피우지 못하고 쇠락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몇몇 국내 CRO업체는 인수·합병됐다.

바이오산업이 발전해 고도화할수록 CRO산업도 덩달아 발전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제력이나 바이오 연구·개발사업의 규모에 비해 CRO산업은 초기단계에 있다. 이제 규모나 기술력 면에서 빠른 발전을 이뤄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일찍 성장이 제한돼 안타까운 상황이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환경을 고려할 때 CRO는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는 국내에서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경우 독성시험을 해외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미국에서 신약허가를 내주는 식품의약국(FDA)의 심사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도 있어 해외에서 하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전임상시험은 실험방법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진행하고 결과보고서를 잘 작성하기만 한다면 어디에서 진행됐는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최근 국내에서 한 전임상결과로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전임상시험을 진행하려는 경우 상상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동물보호단체의 감시와 반대운동으로 충분한 동물실험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중국이다. 중국의 CRO사업은 불과 몇십 년 새 우리나라가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질적·양적으로 발전했다. 하물며 사이젠(Cyagen)이나 젬파마텍(GemPhamatech) 같은 기업은 이미 전 세계에서 경쟁자를 찾기 힘든 초일류기업이 됐다. 현재까지 이런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온 곳은 미국의 잭슨랩(The Jackson Laboratory)이었는데 잭슨랩은 비영리기업이라 많은 연구기관이나 연구자가 비교적 싼 가격에 실험동물을 이용할 수 있었다. 중국 기업들이 CRO분야의 패권을 완전히 차지하면 과연 지금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전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CRO산업은 바이오산업의 건전한 생태계를 위해서나 국내 신약개발 정보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임을 고려할 때 정부의 관심과 국가적 지원이 이뤄지고 투자도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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