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년 만에 자사주 소각 전년 대비 50%↑…'밸류업' 효과 통했다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 2024.07.17 15:01
상장사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규모가 올해 약 반 년 만에 지난해 전체 규모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자사주 제도 개선 정책 등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관련 규정이 개선 중이지만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아직 미진한 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모멘텀 업었다…자사주 매입·소각 지난해보다 늘어


자사주 관련 제도 개선안 주요 내용/그래픽=임종철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소각하는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5일까지 약 반 년 동안의 자사주 소각(예정 포함) 규모를 분석했다. 해당 기간 93개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고 그 규모는 약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한 해 96개 기업이 자사주 소각을 공시했고 규모가 약 5조2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자사주 소각 결정이 크게 늘었다. 관련 공시를 낸 기업 수는 이미 지난해 전체와 비슷하고 금액 규모는 약 50%가 증가했다.

지난 10일 한국거래소도 자사주 매입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 1조8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2000억원으로 25.1% 늘었다고 밝혔었다. 또 자사주 소각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2조4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조원으로 190.5% 늘어났다.

올해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공시가 늘어난 것은 정책 방향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주도 증시부양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을 장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장사들에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기업들로서는 3분기 중 발표가 예정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 포함 등을 위해 주주환원에 더 신경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자사주와 관련해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가 아닌 투자자의 주주가치가 제고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주권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4일에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지난 16일까지 의견을 수렴했다.



'자사주 마법' 완전히 막혔나…자사주 소각 강요 경계 목소리도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 1월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사주 제도개선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개정안의 핵심은 자사주가 대주주 지배력 확대에 활용되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을 막는 데 있다. 현재 자사주에 대해서는 의결권·배당권·신주인수권 등 거의 모든 주주권이 정지된다. 그러나 인적분할에 대해서는 법령·판례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에 대한 신주가 배정돼 왔다. 따라서 개정안은 인적분할에 대한 신주 배정을 제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행령 개정에도 자사주가 주주가치 제고와는 다른 방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현영·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시행령이 개정된다고 해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나 이전에 대해서는 규정을 두지 않아 여전히 자기주식이 조직재편시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이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점이 명문화되지 않는 한, 조직재편시 자기주식에 신주를 배정하는 사례나 지배주주가 소수주주를 축출하는데 자기주식을 활용하는 등의 사례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최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과 밸류업 정책을 동일시하는 인식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주가 경영자는 아니며 경영은 회사의 몫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산업분석팀장은 "밸류업은 기업가치 정상화가 논의의 출발점이지 가진 것을 무조건 토해 주주환원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무조건적인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자사주 소각 등의 강요는 지금 당장 배를 불리고자 하는 단기 차익을 노린 주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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