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등 받고 한국에 기밀 제공"…전 CIA 분석관 '한국정부 대리' 혐의 기소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4.07.17 11:31

(상보)뉴욕 지방검찰, 한국계 수미 테리 북한전문가 기소…
"10년간 명품·현금 등 받고 한국 정부 지시에 따라 활동"

미국 당국에 신고 없이 한국 정부를 위한 활동해 간첩 혐의로 기소된 전 CIA 분석관 수미 테리 /로이터=뉴스1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북한 전문가 수미 테리가 고가의 물품과 식사, 현금을 받고 한국 정부에 미국의 기밀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뉴욕 연방 검찰에 기소됐다. 연방 검찰은 그가 한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한국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등의 활동을 했음에도 미국 정부에 외국 요원으로 등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미 테리 변호인은 그가 한국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했다며 한국정부 대리 혐의를 부인한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뉴욕 남부 지방검찰은 전 CIA 분석가이자 외교관계위원회 한국 연구 선임 연구원이었던 수미 테리를 수년간 한국 스파이를 도운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31쪽 분량의 기소장에 따르면 수미 테리는 미 의회 의원들에게 스파이들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검찰은 이를 두고 "늑대를 데려온 것"이라고 표현했다.

검찰은 수미 테리가 CIA를 떠난 지 5년 만인 2013년 6월부터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했고, 이를 미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미 테리는 한국 정부를 위해, 그리고 한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광범위한 활동을 했음에도 법에 따라 미국 정부에 외국 요원으로 등록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두 가지 혐의를 받는다. 하나는 FARA(외국대리인등록법)에 따라 (외국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등록하지 않은 것이고, 다른 하나를 이를 위반하기 위해 공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FARA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이 외국 정부나 기관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경우 스스로 미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공직자가 외국을 위해 일하는 것은 금지되나 직업의 자유 차원에서 일반 시민은 외국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를 반드시 미리 당국에 알려야 한다.

2023년 12월 한미경제연구소(KEI) 행사에 참석한 수미 테리 /사진=수미 테리 인스타그램


"10년간 한국 정부 위해 활동…명품, 현금 등 대가로 받아"


기소장에 따르면 수미 테리는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의 외교관으로 위장한 정보원으로부터 처음 연락받았다. 이후 그는 10년 동안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하는 대가로 고가의 명품, 현금 최소 3만7000달러(약 5126만원) 등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수미 테리가 이 기간 한국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 언론에 출연하고 기고문을 작성했고, 2022년에는 미국의 대북정책 관련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의 비공개회의 자료를 한국 정보요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수미 테리는 지난해 6월 FBI 조사에서 CIA 퇴사 이유에 대해 "해임되는 것보다 낫다"며 당시 한국 국정원과의 접촉을 두고 CIA 측과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검찰은 "한국 정부를 위한 수미 테리의 행위는 작게 시작했지만, 3명의 다른 담당자와 함께하면서 대담해졌다"며 "처음에는 주로 북한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서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데 그쳤지만, 2016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신임 관리와 한국 정보요원들 간 만남을 주선했고 2018년에는 한국의 요청에 따라 싱크탱크 회의를 주최하며 미국 국가안보 관리들과의 접촉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의 행위가 대담해질수록 그에 대한 보상도 커졌다"며 2950달러(407만원)의 보테가베네타 가방으로 시작한 대가는 현금 1만1000달러와 2만5000달러로 불어났고, 이는 그가 근무하던 싱크탱크 내 '테리의 선물 계좌'로 입금됐다고 부연했다.

미국외교협회(CFR) 홈페이지에 등록된 수미 테리의 글 /사진=미국 외교협회(CFR) 홈페이지


변호인 "수미 테리, 한국 비판자였다…근거 없다"


수미 테리의 변호인 리 월로스키는 성명에서 검찰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독립적이고, 수년간 미국에 봉사한 것으로 알려진 학자이자 분석가의 연구를 왜곡한 것"이라고 간첩 혐의를 반박했다. 성명은 "테리 박사는 10년 넘게 보안 허가를 받지 않았고(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뉘앙스),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그녀의 견해는 수년 동안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며 "실제로 그녀는 (검찰이 간첩 활동을) 주장하는 기간 한국 정부에 대한 가혹한 비판자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가 명확해지면 정부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미 테리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12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하와이와 버지니아주에서 자란 미국 시민권자다. 뉴욕대에서 정치학 학사학위, 터프츠대 외교전문대학원 플레처스쿨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CIA 분석관으로 일했다.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일본·오세아니아 담당 국장(2008~2009년), 국가정보위원회(NIC) 동아시아 담당 분석관(2009~2010년)으로 지냈다. 2010년 퇴임한 뒤에는 싱크탱크와 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올해 3월에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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