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피해 당하셨죠?" 개미 두 번 울린 전화…그들이 나를 알고있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 2024.07.18 04:04
개인정보 판매업자와 나눈 대화 예시/그래픽=윤선정
"주식 투자자 개인정보 구매할 수 있나요?"

전국에 한바탕 장맛비가 쏟아진 17일.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거래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에는 10분에도 수십개씩 주식 투자자 정보를 판매한다는 홍보 글이 올라왔다. 개인정보 판매업자들은 "주식, 코인, 선물 투자를 권유할 수 있는 사람들의 정확한 DB(데이터베이스)를 판매한다"고 영업 활동을 벌였다.

본지가 접촉한 개인정보 판매업자 일부는 샘플을 보내줬다. 투자자의 증권계좌 유무, 투자종목, 투자성향, 투자 규모 등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이른바 '작업'이 가능할지 아닐지 가늠할 수 있는 성격이나 성향도 써있었다. 투자리딩 사기에 당한 피해자 정보의 경우에는 피해금액이 기재돼 있었다.

이들은 개인 투자자나 투자사기 피해자 정보를 건당 수십원에서 수백원에 판매했다. 가격은 업자마다 달랐지만 비교적 간단한 정보가 담긴 문발(문자발신)용은 10~50원, TM(텔레마케팅)용은 100원~1000원에 판매됐다. 개인정보를 빼돌려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를 언급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일부 업자는 증권사나 투자정보 사이트를 해킹해 정보를 빼내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사이트 관리자 계정을 이용하거나 해킹을 통해 빼낸 개인정보가 가장 비싸게 거래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한 번도 투자 권유를 받지 않아 투자 사기를 시도할 때 이른바 '적중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같은 개인정보 거래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나 투자 리딩 피해자 몫으로 돌아간다. 투자 사기 피해자 A씨는 피해를 본 이후 코인으로 환불을 해주겠다는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다행히 나는 속지 않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나 코인을 잘 모르는 분이라면 또 피해를 볼 수 있을 거 같았다"고 했다.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범죄에 대한 처벌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인천지법은 국내 한 증권사의 투자대회 플랫폼을 관리하며 고객정보를 무단 취득, 개인정보 브로커를 통해 제삼자에게 판매한 외주사 대표 B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비상장주식 판매 사기 일당에게 개인정보를 판매한 브로커 C씨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한 번 유출된 정보가 온라인상을 떠돌면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텔레그램에서는 2021~2023년 사기 피해를 본 피해자들의 정보가 아직도 거래되고 있었다. 투자 사기 피해자 D씨는 "작년에 사기를 당한 뒤 매일 2~3통씩 전화를 받았다"라며 "대부분 투자 피해금을 환불해 주겠다는 전화였는데 받을 때마다 발신 번호를 차단해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계속 왔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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