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은 11일, 수입은 1년? 우유 유통기한, 왜 다른가 봤더니…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4.07.17 16:00
최근 마트에서 수입산 멸균우유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수입량도 늘었는데,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산 멸균우유의 수입량(3만7361t)은 2020년(1만1413t)보다 3년 새 3.3배나 증가했다. 고물가 행진에 국산 우유보다 저렴하고 유통기한도 긴 멸균우유를 선택하려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산 살균우유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낙농가에선 "멸균우유가 일반적인 우유(살균우유)와 똑같을 것으로 오인하는 소비자가 적잖은데, 이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수입산 멸균우유를 선택해 국내 낙농산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과연 멸균우유는 무엇이고, 일반적인 살균우유와 얼마나 다를까. 이 차이점을 알려면 우유의 생산과정부터 이해해야 한다. 우유는 젖소가 생산하는 자연의 산물(원유)에서 혹시 들어있을지 모르는 유해한 병원성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살균, 균질화 처리만 거친 신선식품이다. 일상에서 접하는 '지붕 모양' 팩에 담긴 우유는 이런 과정을 거친 '살균우유'다. 국산 살균우유(국산)는 착유 후 적정 온도로 바로 냉각시켜 신선한 원유를 (멸균이 아닌) 살균한 후 균질화 처리를 해 유통하므로 수송 거리가 짧아 유익균이 일정량 살아 있다.

반면 멸균우유는 뜨거운 온도에서 압력을 가해 균을 몽땅 없앤 우유로, 실온에서 자랄 수 있는 '모든 미생물(균)'을 없앤 우유다. 이 때문에 몸에 나쁜 병원성 세균뿐만 아니라 몸에 이로운 유산균(유익균)도 함께 죽인다는 게 단점이다. 다만 단백질·칼슘 등 주요 영양소가 변질되진 않아,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살균우유와 멸균우유의 또 다른 점은 '유통기한'과 '보관법'이다. 살균우유는 유통기한이 보통 11~14일로 짧고, 유익균이 살아 있는 신선식품이므로 냉장에서 보관해야 한다. 이와 달리 멸균우유는 실온에서도 보관할 수 있어 살균우유보다 유통기한이 긴데, 국산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이 3개월, 수입산은 1년 정도다.

여기서 주목할 게 같은 멸균우유라 하더라도 국산이 수입산보다 유통기한이 더 짧다는 것이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멸균우유는 12주(3개월)가 지나면 유지방이 분산되는 '크림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에 대해 '상한 것'으로 오인하는 소비자가 적잖다"며 "이런 관능적 품질 때문에 국내 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을 12주 내외로 짧게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해외 멸균우유 수입량이 는 건 왜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수입산 멸균우유를 고르는 가장 큰 이유로 '보관이 간편하거나 가격이 저렴해서'라고 꼽았다. 이와 관련해 이승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수입산 멸균우유는 먼 거리, 장시간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만큼 국내에 반입되는데 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되는 수입산 멸균우유는 최소 3개월이 넘은 제품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우유 품질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도 알아준다. 국산 우유 중 가장 높은 등급인 '1등급'으로 인정받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원유 1㎖당 체세포 수는 20만 개 미만, 세균 수는 3만 개 미만이어야 한다. '낙농 선진국'으로 불리는 덴마크·독일·네덜란드보다 기준이 더 엄격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발표한 '원유 검사 실적'에 따르면 2023년 체세포 수 1등급 비율은 69.13%로 그 직전 해보다 4.25% 증가했다.

이승호 위원장은 "이처럼 국산 우유가 다양한 장점과 우수함을 갖췄는데도 값싼 수입산 멸균우유가 유입되면서 국내 낙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 주요 유제품 수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내년부터는 미국을 시작으로 우유·유제품에 대한 '무관세 수입'이 순차적으로 예고돼 낙농가의 한숨이 짙다. 이 위원장은 "무관세가 적용되면 현재 40%에 불과한 우유 자급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낙농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안전하면서도 신선한 국산 우유·유제품을 우선 섭취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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