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7일 '우리나라 이중과세 문제점 분석' 보고서를 통해 "현재 국세, 지방세 세목 25개 중 20개에서 이중과제 문제가 있다"며 "이 문제는 기업과 개인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이 공장을 매입해 운영하면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도시지역분 재산세 △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가 중복 부과된다. 이후 사업이익이 나면 △법인세 △미환류소득법인세 △법인지방소득세 등이 중복으로 내야 한다. 개인이 소득활동을 하면 △소득세 △지방소득세가 중복으로 부과된다. 물품을 소비할 때에는 우선 △개별소비세 △주세 △교통세 △레저세 △담배소비세 등의 특정 소비세를 내야 하며 여기에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지방교육세가 붙고, 최종적으로 △부가가치세(10%)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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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재산세, '동일 세목에 이중과세' 대표 사례" ━
보고서는 이중과세 유형을 '동일 세목'과 '동일 과세대상'으로 구분했다. '동일 세목에 이중과세'의 대표 세목은 법인세와 재산세. 기업은 한 해의 소득에 최고 24%의 법인세에 더해 20%의 투자·상생협력촉진세(미환류소득 법인세)를 내야 한다. 토지 등 자산 처분이익이 있으면 최대 40%의 법인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하고, 추가로 법인지방소득세도 부담해야 한다. 재산세의 경우 주택은 최대 0.4%, 주택외 건축물은 최대 4%가 적용되는데 국토계획법에 따라 지자체장이 고시한 지역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0.14%의 '도시지역분 재산세'를 추가해 물린다.
'동일 과세대상에 이중과세'유형은 동일한 과세행위에 다양한 세금이 다시 매겨지는 것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소비과세에 속하는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상의는 '배우자 상속세 과세'를 개선대상으로 지목하고,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배우자 상속은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에 대해 동일한 경제공동체인 배우자로 이전하는 행위"라며 "배우자 상속분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한 후 배우자 사망시 자녀에 상속세를 재차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우자 상속공제 최대 한도는 30억원으로 제한된다"며 "상속세 시행국 중 미국, 영국, 프랑스는 배우자 상속분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법인세 이중과세를 유발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투자상생촉진세'는 기업이 투자, 임금 증가 등의 형태로 쓰지 않는 미환류소득에 대해 20%의 법인세를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상의는 배당 역시 환류액으로 봄이 타당하고, 투자상생촉진세 과세대상에서 배당을 제외하거나 궁극적으로 세목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비효율적인 조세 운영은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산업 전환의 변곡점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조세제도를 경제 도약을 뒷받침하는 체계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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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상속세 없애자...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에 세금폭탄이라니" ━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을 막아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고 기회의 평등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세제다. 이런 측면에서 세대간 부의 이전에 대해 상속세 부과는 필요하지만 부의 '세대간 이전'이 아닌 '동일한 경제공동체'인 배우자 간 상속에 대해 상속세를 과세하고, 추후 배우자 사망 시 자녀에게 상속세를 또다시 부과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과세라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도 상속세와 유사한 재산과세인 증여세에서 10년간 누적 공제액 5000만원을 계산할 때, 부부가 자녀에게 증여한 금액을 합산하는 등 부부를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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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프랑스에 '배우자 상속세' 없는 이유는━
현재 상속세 제도가 있는 나라 중 미국, 영국, 프랑스는 배우자 상속분에 대해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이는 배우자 상속을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동일한 '경제공동체'로 이전하는 행위로 보기 때문. 그러나 한국은 배우자를 상속재산을 이전 받는 '피상속인'으로 보고 상속세를 부과한다.
현재 배우자 상속세는 자녀 상속세율과 동일하게 최고 50% 상속세율을 적용한다. 최대 30억원까지 '배우자 인적 공제'가 가능하지만, 이는 약 30년 전인 1996년 도입된 수치다.
대기업 오너가에게 배우자 상속세는 '폭탄'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020년 별세 후 남긴 상속재산 중 주식재산은 약 19조원. 이 회장의 배우자인 홍라희 여사는 이 중 약 5조4000억원의 지분을 상속했다. 홍 여사에겐 최고세율 50%에 대주주 할증과세 20%를 추가한 60%의 상속세율을 적용, 3조1000억원의 상속세가 매겨졌다. 홍 여사를 포함해 삼성 오너 일가는 주식담보대출과 보유주식 일부 매도를 통해 매년 분납 형태로 상속세를 내고 있다.
상속세 납부 후 남은 홍 여사의 2조3000억원 주식지분을 미래에 이재용 회장,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재상속받을 경우, 또다시 60% 최고세율을 적용한 약 1조380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60%의 상속세를 두 번 내게 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약 4조5000억원이 세금으로 국가에 귀속된다는 계산이다.
넥슨도 상속세 폭탄을 맞은 사례로 꼽힌다. 고 김정주 넥슨 회장이 2022년 별세 후 남긴 주요 재산은 넥슨 지주사인 NXC 지분 69.49%. 김 회장의 배우자인 유정현 NXC 이사회 의장과 두 자녀 역시 60% 상속세율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정부에 상속세를 주식으로 물납했다. 물납한 NXC 지분은 29.3%로, 감정가는 4조7000억원에 달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 12월 이 주식의 공매를 진행했는데, 입찰자가 없어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재계는 이중과세가 납세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이를 피하기 위한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해 후생을 감소시킨다고 비판한다. 헌법재판소는 이중과세 자체가 헌법 위반은 아니지만, 경제정책적, 사회형성적 목적 등에 의해 합리성이 인정될 수 없거나 실제 담세력을 초과하는 경우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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