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못 줘" 배째라는 집주인…빌라 세입자 '공포' 더 커졌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24.07.17 05:50
#. 서울 강서구 한 빌라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A씨는 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만기에 맞춰 보증금을 전액 돌려주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부족한 돈을 신용대출로 채워 이사를 해야 했다. A씨는 일부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전세로 살던 빌라에 대한 임차권설정등기 명령을 법원에 신청했다.

전세가 만기됐지만 보증금을 못받은 임차인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전세사기를 잡기 위한 대책으로 반환보증보험 가입기준을 강화했지만, 그 결과 오히려 빌라 집주인 자금 여력이 줄어들면서다.

16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 건수는 2만602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9203건)보다 35.5% 증가했다. 2년 전인 2022년 1~6월(4231건)과 비교하면 6.2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역별로 임차권등기 상반기 신청 건수는 서울이 7019건으로 가장 많았다. 2022년 상반기 1275건보다 5.5배 수준으로 늘었다. 상반기 경기도는 6936건, 인천은 5172건 등 수도권 지역에 신청이 집중됐다. 전체의 73.5%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으로 나타났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법원 명령을 받아 신청하는 것이다. 임차권 등기 신청이 급증한 건,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빌라 전세시장 상황이 열악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빌라는 예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빌라 매매가격지수는 5월 기준 98을 기록하며 전월(98.1) 대비 하락하며 2020년 8월(98)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세사기 사례가 급증하면서 '전세사기 포비아'가 생기면서 빌라 기피 현상이 생겼다. 전세사기를 잡으려고 나온 대책이 오히려 빌라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전세사기 방지 대책으로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강화시켰다. 이에 빌라 집주인들의 자금여력이 크게 줄었다.

보증기관들도 빌라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는 추세다. SGI서울보증은 지난 10일부터 연립·다세대에 대한 주택 인수 기준을 변경 시행한다. 연립·다세대에 보증금 기준을 신설해 근저당과 보증금을 합한 가격이 시세의 90%를 초과하는 연립·다세대는 전세대출 보증서 발급이 제한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시세를 반영해 보증서를 발급한다. HUG는 채권최고액과 보증금 합이 주택 시세의 90% 이하여야 HUG 보증 전세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보다 시세가 훨씬 저렴해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빌라 주택 전세시장이 흔들리는 분위기"며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전세보증금까지 위협을 받으면 주거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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