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ASML 지원 대학에도 불똥…"중국인 학생 너무 많다"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 2024.07.17 06:35
네덜란드 반도체장비업체 ASML이 지원하는 아인트호벤 공과대학에 미중 반도체 전쟁의 불똥이 옮겨 붙었다. 미국 대사가 첨단 반도체를 연구하는 대학에 중국인 학생이 너무 많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사진=블룸버그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ASML에 인재를 공급해온 네덜란드 최고 수준의 공대가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첨단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ASML은 아인트호벤 공대에서 5마일 떨어진 벨트호벤에 본사가 있다.

로버트 얀 스미츠 아인트호벤 공대 총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항상 미국인들로부터 중국 학생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스미츠 총장은 지난해에는 주네덜란드 미국대사가 중국 학생이 많은 것에 대해 질문했다고 공개했다. 아인트호벤 공대의 외국인 학생 비율은 25% 이상이지만, 이중 중국인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스미츠 총장의 언급은 미국 정부가 대중 반도체 제재를 위해 네덜란드 정부에게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강화하도록 계속 요구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우방인 미국과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 사이에 낀 형국이다.

올해 1분기 ASML의 지역별 매출 비중/그래픽=김다나
지난 1분기 ASML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9%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19%로 2위, 미국과 대만이 각각 6%를 차지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갈수록 강화되자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입도선매식으로 ASML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네덜란드는 미국의 압력 영향으로 EUV보다 기술수준이 한 단계 낮은 액침식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도 제한하기 시작했다.


ASML은 인력풀을 양성하기 위해 아인트호벤 공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박사과정 학생 교육과 대학의 클린룸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8000만유로(약 12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인트호벤 공대에는 학습을 위해 ASML의 리소그래피(Lithography·빛으로 기판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 장비가 설치된 연구실 빌딩이 있다.

아인트호벤 공대는 보안조치를 강화하는 중이다. 스미츠 총장은 정부 및 보안회사와 협력하여 외국인 교수를 엄격히 선별하고 교수진에게 중국 방문 시 안전 조치를 취하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ASML은 중국 직원이 기밀자료를 빼돌린 사실이 발각되자 내부조사를 진행했으며 보안조치도 강화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네덜란드 정부는 중국인 유학생이 반도체와 국방 등 민감한 기술분야의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아직 표결에 부쳐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아인트호벤 대학의 한 교수는 민감한 주제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중국인 유학생을 채용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얀 스미츠 아인트호벤 공대 총장/사진=아인트호벤 공대
스미츠 총장은 최고 수준의 민감한 기술에 대한 접근권한을 누구에게 부여할지 극도로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왕관의 보석(crown jewel·가장 가치 있는 자산)'을 도둑맞기를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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