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80년 가까이 태백산맥 자락에서 캐낸 석탄을 싣고 달리는 차량이 오가던 길은 이들 폐광지역을 이어주는 소중한 유산으로 그대로 남았다. 이를 지켜본 지역 최대기업인 강원랜드는 2015년 희망일자리 사업 등을 통해 폐광로 정비사업을 진행했고, 이후 폐광지역개발기금 투자를 받아 2022년 9월 전 구간을 걸을 수 있는 길로 선보였다. 4개 폐광지역 능선을 따라 동서구간 173km로 이어지는 '운탄고도(運炭高道) 1330'은 그렇게 탄생했다. '구름이 양탄자처럼 깔린 길을 걷는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1330'은 구간에서 가장 높은 만항재의 해발고도(1330m)에서 가져왔다. 운탄고도는 1길부터 9길까지 구분해놨는데 7~9길은 차량 통행과 같이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 등이 논의되면서 재정비에 들어간 상태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2시간30분에 차를 타고 달려가 도착한, 운탄고도 5길 진입로에서 둘러본 태백산맥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도롱이연못까지 조성된 등산로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걷는 내내 맑은 공기가 코끝에 전해졌다. 걷는 길에는 과거 석탄을 나르던 흔적들도 남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운탄고도만의 매력이 느껴졌다. 특히 제주 올레길처럼 구간마다 특색이 있고, 영월 청령포와 함백산 만항재, 삼척의 미인폭포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를 만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직접 걸어본 5길을 따라 쭉 가면 삼척시로 갈 수 있다. 이날 운탄고도는 평일이라 한적했지만 강원랜드나 강원관광재단 등이 수시로 행사를 열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열린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에는 3000여명이 몰렸고, 외국인도 200여명이 참가했다. 특히 신청을 받은지 5분만에 접수가 마감되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운탄고도가 방송을 타면서 주민이 50여명에 불과한 영월군의 마을에도 이미 수천명이 다녀가는 등 새로운 관광지로서 잠재력을 확인했다.
각종 트레킹 행사에도 인파가 줄을 잇고 있다. 이영주 강원랜드 차장은 "매년 5월 열리는 운탄고도 반려견 동반 트레킹 행사의 경우 올해 9000명이 몰렸다"면서 "수천명의 인원이 오는 만큼 숙박업체는 물론이고 시장을 비롯한 상권이 살아나면서 지역 경제에 기여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통이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꼽히지만 지난해에만 약 1만명 이상이 운탄고도를 찾는 등 내외부인들의 발길이 꾸준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상인들이 반기는 분위기다. 태백시 운탄고도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미선씨는 "여름철에는 확실히 관광객이 늘었다는게 체감된다"며 "태백에 실질적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한데 운탄고도를 더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변 주민들도 모두 운탄고도가 개통한 이후 지역의 변화가 빨라지고, 외부에서 오는 방문객이 최소 2배 이상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관광재단 관계자는 "운탄고도 개통이 2년 정도 됐지만 보완할 점이 적지 않고, 코스 개발도 추가로 더 이뤄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잠재력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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