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ZE 11TH] ‘스포테이너’ 전성시대...조화와 책임이 따라야

머니투데이 박정욱 기자 ize 기자 | 2024.07.16 13:45
축구 스타 출신 방송인 안정환. /사진=채널A


‘스포테이너’ 전성시대다. 스포츠 스타들이 방송가를 주름잡고 있다. 방송가에서 연예인처럼, 아니 그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테이너는 스포츠(sports)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다. 연예인처럼 다양한 끼와 재능을 발휘하며 방송·연예계 활동을 하는 운동선수를 말한다.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와 화제를 모으면서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 진출도 굉장히 활발해졌다. 스타 선수가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새로 설계할 때 ‘스포테이너’는 유력한 선택지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스타 선수가 은퇴하면 방송가의 영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스타들이 모여 축구팀을 이룬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 /사진=jtbc 뭉쳐야 찬다


인기리에 방송된 ‘뭉쳐야 찬다’ ‘최강야구’ ‘골 때리는 그녀들’ ‘찐팬구역’ ‘노는 언니’ 등이 스포츠 스타와 인기 연예인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스포츠와 승부의 세계에 깃든 긴박감, 뜻밖의 허당기와 재미, 진성성, 감동 등이 함께 하면서 스포츠팬들과 일반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던 시청자가 ‘최강야구’를 보면서 야구 덕후의 길로 접어들고, ‘골때녀’를 보면서 감동받아 직접 축구화를 신고 축구에 입문하는 ‘찐팬’ 여자축구 동호인 인구가 늘고 있다.


안정환 이영표 최진철 김병지 최용수 등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과 이동국 조원희 이근호 박주호 등 축구 스타를 비롯해 이만기(씨름), 이봉주(육상), 양준혁 김병현 이대호(야구), 심권호 김현우(레슬링), 이형택(테니스), 여홍철(체조), 이용대 하태권(배드민턴), 진종오(사격), 김준호 최병철(펜싱), 김동현(이종격투기), 박세리(골프), 이상화 모태범(스피드스케이팅), 박태환(수영), 이대훈(태권도), 김요한 한유미(배구), 허재 현주엽 김태술 박광재(농구), 조해리(쇼트트랙), 서효원(탁구), 김자인(스포츠클라이밍), 신수지(리듬체조), 김재엽 윤동식(유도), 강칠구 박제언(스키), 이지환(카라테), 임남규(루지), 이장군(카바디), 한건규 장정민(럭비), 조원우(요트) 등 종목을 가리지 않는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강호동.


방송인으로 변신해 ‘예능 대세’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는 강호동이다. 그는 민속씨름 천하장사 시절부터 모래판 위에서 타고난 끼를 발산하며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쳐 큰 인기를 끌더니, 그의 예능 감각과 재능을 알아본 ‘예능 대부’ 이경규의 추천으로 1992년 선수 생활에서 은퇴한 뒤 1993년 MBC 특채 코미디언으로 방송가에 발을 내디뎠다. 그는 코미디 연기를 거쳐 ‘국민MC’ 유재석과 ‘유강 체제’를 이루며 인기와 영향력을 함께 지닌 사회자(MC)이자 방송인으로 우뚝 섰다. 예능인 최초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최초로 지상파 3사의 예능 대상을 모두 차지하며 스포테이너 성공시대를 열었다. 그는 ‘1박2일’ ‘신서유기’ 등 여행 예능, ‘돈쭐 맛짱뜨러 왔습니다’ ‘형제라면’ ‘강식당’ 등 먹방, ‘올 탁구나’ ‘편먹고 공치리’ ‘골신강림’ 우리동네 예체능’ 등 스포츠 예능, ‘강심장’ 같은 토크 프로그램, ‘보이스킹’ ‘보이스퀸’ ‘수상한 가수’ 같은 음악 방송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강호동의 뒤를 이어 방송가 섭외 우선순위로 꼽히는 인기 스포테이너는 안정환과 허재 현주엽 등이다.



스포츠와 연예계는 어느 때보다 교류가 활발하다. 과거에도 두 분야는 이충희(농구)-최란(탤런트), 허정무(축구)-최미나(MC) 부부에서 보듯 교류의 기회가 없지 않았고 부부의 인연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처럼 두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1980년대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새로 출범한 뒤 한동안 스포츠 스타의 방송 출연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운동선수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곁눈질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심지어 경기 전후에 있는 팬서비스 행사에 선수가 참여하는 것조차 감독, 코치의 눈치를 봐야했다. 영상매체와 방송의 위력을 확인한 현재는 완전히 달라졌다. 각 종목 경기단체는 스타 선수들의 방송 출연을 오히려 장려하고 있다. 해당 종목의 관심도를 높이고 인기를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방송사와 함께 기획해 해당 종목을 다루는 스포츠 프로그램의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직접 동영상을 제작해 포털사이트와 제휴하고 유튜브 등 영상 채널을 통해 팬들 곁으로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S 2TV 새 예능 프로그램 '팝업상륙작전'에 브라이언 김해준과 함께 출연하는 골프 스타 박세리(가운데). /사진=KBS


스포츠 영웅으로 떠오른 스타 선수는 방송 섭외뿐 아니라 광고계에서도 블루칩으로 대우 받는다. 현역 선수가 받는 연봉이나 은퇴 선수의 선수 시절 연봉보다 더 많은 수익을 방송 활동과 광고 출연으로 벌어들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은퇴한 ‘레전드 선수’가 해당 종목의 지도자로 나서기보다 방송에 더 전념하는 경우도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방송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왕년의 스타 플레이어를 지도자로 영입하려고 했는데, 연봉 수준을 방송 수익에 맞춰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구단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액수였다. 그래서 없던 일이 됐다”고 말했다.


스포츠 스타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해당 종목의 관심도를 높이는 등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오지만, 부작용도 그에 비례해 많아지고 커졌다. 예전 같으면 별 관심 없이 넘어갈 일도 큰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선수나 지도자의 음주가 대표적이다. 그들도 생활인이기 때문에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신다. 그런데 팬들은 팀 성적이나 경기 일정을 들이대면서 그 행태를 못마땅하게 여기기 일쑤다. 구단도, 선수단 구성원도 팬들의 질타에 고개를 숙이는 수순을 밟는다. 음주운전이나 도박 같은 반사회적인 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면 일반인보다 훨씬 높고 강한 처벌에 직면하게 된다. 법적 제재뿐 아니라 구단의 추가 징계가 따르고, 심지어 여론의 비판에 시달리면서 자격 정지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공적 활동뿐 아니라 사생활도 더 폭넓고 쉽게 노출된다. 개인 소셜미디어(SNS) 활동이 팬과 소통이 아니라 불화를 낳는 촉매제가 되고 폭로의 매개체로 활용되기도 한다.


팬의 사랑이 없다면 존재 가치를 잃는 프로 스포츠 스타나 스포테이너가 체육인으로서 본연의 자세와 방송인·인기 스타로서 새로운 정체성 사이에서 스스로 균형과 조화를 찾아야할 것이다. 최근 홍명보 전 울산 HD 감독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두고 큰 논란이 일었다. 한창 시즌 중이고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프로축구팀의 감독을 빼가는 것에 대한 팬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박주호 이천수 이영표 박지성 이동국 등 축구 레전드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때 일부 팬들은 대표적인 엔터테이너로 방송가에서 축구 해설위원과 진행자로 모두 인기를 끌고 있는 안정환에게도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엔터테이너는 그만큼 예전보다 더 주목받고 대중의 요구에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부산 KCC 허웅. /사진=KBL


프로농구 부산 KCC의 인기스타 허웅이 전 연인을 고소하고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는 데서도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이 많다. 허웅은 농구 실력뿐 아니라 최고의 인기도 누리는 농구 스타다. 농구 레전드인 아버지 허재 전 감독, 역시 농구 스타인 동생 허훈과 함께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상업 광고도 꽤 찍었다. 농구 코트 밖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부수적 수입도 얻었다. 그 인기만큼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확산하는 논란의 화제성과 폭발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포테이너에게 더 큰 책임이 요구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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