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자전거와 도시

머니투데이 박동우 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 2024.07.17 02:03
박동우(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 자전거가 차도(road)를 달려도 될까. → 된다. 자전거 주행금지라는 표시가 없는 한 가능하다.
- 자전거도로가 있으면 그곳으로 달려야 할까. →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차도와 자도 중 선택할 수 있다.
- 차로(lane)의 중앙에서 달려도 될까. → 된다. 가장 안전한 위치다. 단 교통량이 많을 땐 차로의 바깥쪽 절반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 자전거가 인도를 달려도 될까. → 안 된다. 단 부분적으로 허용될 수도 있다.

이상은 영국 도로교통법(Highway Code)에 나오는 자전거 관련 법규의 일부를 문답식으로 요약한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운전자들이 보면 의아해 할 내용이다. 영국에는 위의 법규뿐 아니라 자전거를 우대하는 교통시설이나 표시물이 많다. 런던 시내 한복판의 많은 교차로에는 신호대기열 맨 앞에 자전거 대기공간이 별도로 그려져 있다. 신호대기 중에 자전거가 맨 앞에 모여 있다가 녹색신호를 받으면 자전거가 먼저 출발하고 그다음에 자동차가 출발한다. 그리고 바깥쪽 버스전용차로에서 주행도 허용되고 2명이 나란히 주행하는 것도 허용된다. 단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모든 교통신호를 준수해야 한다.

같은 질문을 우리나라에 대입해 보자.

첫째, 자전거가 차도를 달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많은 자동차 운전자가 인식한다. 인터넷에선 '차도로 기어내려온 바퀴벌레들'이라는 적대적 표현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자전거가 차도를 달리는 것은 합법이다.


둘째,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은 영국과 달리 '자전거도로가 따로 있는 경우 자전거 운전자는 그 자전거도로로 통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무늬만 자전거도로고 실제로는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전거 운전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조항이다.

셋째,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그 '가장자리'라는 것이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상당수의 자동차 운전자는 차선(line)의 바깥이라고 생각한다. 차선과 연석 사이가 30㎝도 안 되는 경우가 흔한데? 게다가 그곳엔 온갖 이물질이 널려 있는데?

넷째, 그러니까 위험한 차도로 내려오지 말고 안전한 인도로 올라가라고? 실제로 창문을 내리고 그렇게 소리 지르는 자동차 운전자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자전거가 인도로 주행하는 것은 위법이다. 차도로 내려가도 문제, 인도로 올라가도 문제, 자전거는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도로에서 최대한 바깥쪽 '가장자리'를 달리려고 애쓰는 자전거 운전자와 동일 차로에서 그를 거의 스치다시피 지나가는 자동차를 자주 볼 수 있다. 고의적이라고 의심될 정도로 위협하며 지나가는 경우도 제법 있다. 그 경우 자전거는 압력차이로 인해 자동차 쪽으로 빨려들어가듯 휘청이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자동차 운전자의 인격과 기분에만 맡겨야 할까. 영국 등 자전거 선진국에선 자동차가 자전거를 추월하는 경우 자전거와 1.5m 이상 간격을 두도록 수치를 규정했다. 이 경우 자동차를 추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차로를 완전히 옮겨야 한다.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자전거는 바깥쪽 차로의 2분의1을 이용할 수 있고 자동차는 1.5m 이상의 간격을 두고 자전거를 추월할 수 있다'는 구체적 조항만이라도 만들자.

3주간 프랑스 전역 3500㎞를 달리는 세계 최고의 자전거경기 '투르드프랑스 2024'가 지금 한창이다. 길가에서 열정적으로 경기를 즐기는 유럽인들의 자전거문화가 부럽다. 해가 갈수록, 선진국으로 갈수록 자전거의 수송분담률이 높아진다. 유럽의 많은 도시가 의도적으로 자동차를 불편하게 하고 자전거를 우대해 녹색교통의 비율을 높인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편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우리 힘으로 환경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자전거가 아닐까. (박동우 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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