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가까운 일본은 애완용 곤충시장이, 유럽은 화분매개 곤충, 캐나다와 미국은 천적용 곤충, 중국과 태국 등 아시아는 식용곤충 시장 규모가 증가 추세에 있다. 한국도 이같은 추세가 최근 몇 년새 두드러지고 있다.
기존 곤충 수요처가 △애완·학습용 △화분매개 △천적 활용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식품원료(쿠키·에너지바 등) △기능성·의약용(화장품 등) △양계·양어 사료 △환경 정화(남은 음식물 처리) 등 곤충의 활용 범위는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일 방문한 제주시 한림읍 금악마을. 맛있는 제주산 돼지고기의 주산지로 유명한 이 마을은 1960년 아일랜드 출신의 임피제(맥그린치) 신부가 종돈 등을 들여와 지금은 제주 최대의 축산마을로 변모한 곳이다. 양돈장이 많다보니 마을 어귀부터 '구수한' 축산분뇨가 진동하는 게 낯설지 않았다.
보다 쾌적한 마을을 만들고 싶어한 주민과 지자체는 가축사육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와 에너지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조성키로 하고 2023년 8월 지속가능한 핵심사업으로 곤충사육시설(568㎡ 규모)을 조성했다. 마을에서 발생하는 남은 음식물을 처리해 동애등에를 사육한 뒤 이를 다시 고단백질 양어사료로 만들어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1㎡당(5만마리 유충)당 10일간 100kg의 남은 음식물 처리가 가능하고, 약 10kg의 사료용 유충을 생산해 낸다. 음식 잔반을 분해한 후에는 부피가 42%, 무게가 70% 수준으로 감소한다. 동애등에 성충 1마리는 약 1000개의 알을 산란해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양잠산업과 박관호 농업연구사는 "동애등에는 항생물질과 단백질 외에도 오메가 3.6과 같은 불포화지방산, 미네랄, 비타민, 칼슘, 인 등의 필수 영양소가 풍부한 프리미엄 펫푸드(Pet food)로 가금류와 어류, 조류와 기타 식충 애완동물에게는 마치 '보물'과도 같은 존재"라며 "남은 음식물이 하루 1만4000톤, 처리비용이 연간 8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상황에서 유기성폐자원을 활용 가능한 신재생 자원으로 변환시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시도"라고 했다.
박덕주 BSF금악 전무이사는 "동애등에 사육을 통해 유기성폐자원의 업사이클링을 도모함으로써 자원순환형 곤충융합농업을 구현하고 있다"며 "곤충과 마을 생산 산물의 사업화를 진행해 신규 소득화 모델을 창출하는 동시에 지역내 농업부산물과 곤충을 이용한 유기성자원 재순환을 이루어 냄으로써 사회적농업도 가능해 졌다"고 했다.
동애등에 사료 효과는 이미 토종닭에서도 구체화 됐다. 동애등에가 2% 첨가된 사료를 급여했을 때 평균 2kg까지 필요한 토종닭 사육기간이 기존 53일에서 49일로 4일 단축됐고, 폐사 비율도 6.6% 감소했다. 또 포화지방산은 줄어들고 불포화지방산은 증가했다.
양주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EU, 미국 등 곤충산업 선진국은 지속가능한 농업과 자원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동애등에 업사이클 R&D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지자체, 사육농가, 연구기관, 대학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동애등에 품종·생산 표준화 등 판로 모색과 산업화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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