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고, 없애고, 붙이고…리밸런싱의 '이행' 나서는 SK그룹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4.07.16 06:01
SK그룹 리밸런싱의 이행/그래픽=임종철
SK그룹이 리밸런싱의 이행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을 축으로 계열사 감축 등의 작업이 진행된다. 연말 인사 시즌까지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연다. 이사회를 통해 양사 합병 관련 안건 통과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의결될 경우 정유·화학·배터리·소재 등 사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자산 약 86조원)과 발전소·LNG(액화천연가스)를 비롯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하는 SK E&S(약 19조원)를 합쳐 총 100조원이 넘는 규모의 통합 에너지 기업이 만들어진다.

주주 설득 여부가 관건이다. 특히 3조원대에 달하는 SK E&S의 RCPS(상환전환우선주)를 보유한 사모펀드운용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의 존재가 변수다. KKR이 합병에 반발해 투자금 중도상환을 요구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합병 비율이 중요하다"며 "SK E&S 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도 자신들 보유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결과를 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이 일부 자회사 정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SK엔무브,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어스온 등 주요 자회사 외에도 국내외에 각종 종속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이름도 모르는 계열사들을 감당 가능한 선까지 정리하라"는 취지의 특명을 내린 상태이기에 관련 작업이 이뤄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SK온에 어떤 '캐시카우'를 붙여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리밸런싱 자체가 배터리 사업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과 적자 속 '조 단위' 투자를 거듭해야 하는 'SK온 살리기'의 취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SK온의 금융비용(차입금의 이자부담)은 5000억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연 이자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등이 SK온으로 향할 게 유력하다.


그동안 윤활유 사업을 하는 SK엔무브와 SK온의 합병 등이 자본시장 등에서 거론됐지만, SK엔무브 지분 40%를 보유한 IMM크레딧앤솔루션이 이에 유보적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 상황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합쳐지는 SK E&S의 일부 알짜 자회사들이 SK온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사업을 하는 SKIET의 지분 일부 매각도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다.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은 전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같은 기업들의 사업 재편 역시 조만간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SK에코플랜트의 IPO(기업공개)를 보다 원활하게 이끌어 줄 수 있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유한 사업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소, 질소 등 일반산업가스를 생산하는 SK㈜의 자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등이 그 후보로 언급된다.

인적 개편 역시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카드다. 특히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 공유했던 '위기' 인식이 8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로 이어질 경우 연말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리밸런싱은 올해를 넘어 SK온이 정상화되는 시점까지 이어질 SK그룹의 화두"라며 "뼈를 깎는 쇄신 끝에 그룹이 재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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