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적자생존 시대, 먹히지 않고 먹는 기업 되겠다"

머니투데이 대담=강기택 산업1부장, 정리=최경민 기자, 박미리 기자 | 2024.07.15 06:06

[머투초대석] 표경원 애경케미칼 대표의 '빙하기'에 살아남는 법

표경원 애경케미칼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적자생존의 시대가 열린 것이죠. 먹히는 쪽이 아니라 먹는 쪽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표경원 애경케미칼 대표의 석유화학 시장에 대한 인식이다. 가격 면에서 우위를 가진 중국의 물량공세가 석유화학 업계의 상수가 됐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솔루션은 명쾌했다. 스페셜티 위주의 포트폴리오 전환이다. 표 대표가 이끌고 있는 애경케미칼은 바뀐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에 전력하고 있다.

기존 매출의 40%를 차지했던 가소제 사업의 경우 원가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글로벌 톱 3'의 위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의 핵심 원료인 TPC(TerePhthaloyl Chloride), SIB(나트륨이온배터리)용 음극재 주소재로 사용되는 하드카본, 이차전지 실리콘 음극재용 바인더 등 신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표 대표는 키존의 캐시카우를 고도화하고, 새로운 먹거리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전략으로 석유화학 업계의 '빙하기'를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매출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4조원 대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를 지난 9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애경타워에서 만났다. 다음은 표 대표와의 일문일답.

-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빙하기를 맞고 있습니다.
▶ 중국은 우리 내수 수요가 좀 부족할 때 석유화학 제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이었습니다. 수요가 워낙 많았습니다. 중국 시장이 있으니까 공장을 돌리는 것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게 중국 시장의 가장 큰 메리트였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석유화학 공장을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어마어마하게 증설했습니다. 그렇게 남아도는 물량들이 글로벌 시장에 풀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업스트림 화학 제품들이 동남아시아, 중동, 동유럽, 중남미 시장에 저가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화학업계가 이중고에 처한 이유입니다. 중국에 팔 수도 없고, 우리 주력 시장에서 값싼 중국산 제품하고 경쟁해야 하는 것입니다. 업스트림 쪽은 중국산이라고 해서 품질이 뒤지지 않습니다.

애경케미칼 TPC 데모플랜트

- 이런 시장 상황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십니까? 아니면 지속적일 것이라고 보십니까.
▶일시적인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갑자기 새로 지은 공장의 문을 닫진 않을 것입니다. 결국은 석유화학 업계에서 큰 차원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적자생존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경쟁력이 있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들 위주로 재편될 것입니다.

- 애경케미칼의 생존 전략은 무엇입니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가 하고 있는 주력 사업들의 경쟁력을 최대한 높여서, 그 분야에서 살아남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죠. 기존 사업을 확장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사업들을 추진하는 방향입니다. 기존 주력 사업인 가소제(플라스틱 첨가제)의 매출 비중이 40% 정도 됩니다. 업스트림에 가까운 분야여서 어려운 상황입니다. 주력 가소제 제품(NEO-T)의 원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법이 있을지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에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관련 설비를 개조할 예정입니다. 가소제의 경우 한국, 중국, 베트남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톱 3'로 거듭나는 게 목표입니다. PVC(폴리염화비닐)를 쓰는 한 가소제는 꼭 필요한 소재이기에, 이 시장을 반드시 먹고 들어가려고 합니다.

-스페셜티 제품도 준비해 오셨습니다.
▶먼저 이차전지 실리콘 음극재용 바인더가 있습니다. 바인더는 접착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실리콘은 부풀어 오르는 성질이 있는데, 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죠. 현재 개발을 완료하고, 유력 완성차 기업과 양산 직전 테스트 단계에 들어가 있습니다. 고기능성 점·접착제의 경우 경우 전기차, 노트북, 휴대폰 등의 경량화가 화두가 되면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여러 고객 기업과 함께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라미드의 핵심 원료인 TPC는 1만5000톤 규모의 양산설비 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달에 설계에 들어가서, 내년 초에 착공하고, 2026년 1월에 양산을 개시하는 게 목표입니다. 아라미드는 광케이블 피복, 전기차용 타이어코드 소재로 각광받으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TPC는 지금까진 중국 등에서 수입을 해왔습니다. 국내에 공급선이 생기는 건 아라미드 제조 기업들이 "빨리 만들어만 달라"는 말을 해 오고 있습니다. 수요가 충분하다면 2차 증설도 고민할 수 있습니다.

애경케미칼의 하드카본 음극소재
- 나트륨이온배터리용 음극소재 고성능 하드카본도 개발하셨습니다.
▶나트륨을 양극으로 쓰는 배터리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나트륨은 소금이어서 가격이 싸고,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성능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떨어지지만, 경차나 버스 중심으로 충분히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ESS(에너지저장장치)용으로도 이점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나트륨배터리용 음극재의 주재료로 쓰일 수 있는 하드카본을 개발한 것입니다. 올 하반기까지 양산 젼략을 좀 명확하게 해서, 내년부터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 바이오 연료 사업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요.
▶2025~2026년 무렵에는 선박용 선박들의 연료에도 바이오 연료를 일정량 섞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봅니다. 거기에 맞춰 대비하고 있습니다. SAF(지속가능항공유) 시장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SAF의 경우 수소화 공정을 거쳐야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업 자체가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는 것입니다. SAF 사업을 어느 정도 규모로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 애경케미칼의 초대 CEO를 맡아 3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애경유화, 애경화학, AK켐텍 3사 통합이 어느 정도 안착되고 있습니다. 기대했던 시너지도 하나 둘씩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보다 지속가능하게 회사가 운영될 수 있는 기틀을 갖춰놓는 것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회사의 자동화와 디지털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AI(인공지능) 접목 역시 해야 할 과제입니다. '2030년 매출 4조원 달성'을 내세웠는데요 애경케미컬의 사업은 가소제를 제외하면 글로벌 점유율이 대부분 한 자릿 수입니다. 이걸 역으로 생각하면, 경쟁력을 갖추면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폭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점유율 1%를 3%로 확대해보자는 목표는 해 볼만 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표경원 애경케미칼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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