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앞에 교도소가 들어선다면[기자수첩]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 2024.07.12 04:30
지난 5월 경북 청송군에 지역소멸 관련 기획 취재를 위해 다녀왔다. 국내 최대 교정시설이 들어서 있는 청송군은 다른 인구감소지역에 비해 오히려 사정이 나아 보였다. 그렇게 느낄 만한 것이 몇가지 있다. 교도소가 있는 진보면에 들어선 파리바게뜨와 맘스터치, 깔끔한 진보초등학교와 어린이 놀이방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하굣길 초등학교 앞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조금은 안심이 됐다.

이같이 청송군을 지탱하고 있는 주민들은 젊은 교정시설 근무자들과 가족들이다. 이들은 전국 53개의 교도소 및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다. 모두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 생활기반을 갖추기 위해선 각종 지원이 필요한데 사회적 관심이 적어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수용인원이 늘어나는 추세에 대한 우려가 크다. 법무부 교정시설 수용현황(기결 및 미결 포함) 자료를 보면 2006년 4만6000여명이던 수용자들은 2010년 5만128명, 지난해 5만6577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전국에 교정직 공무원수는 거의 매년 1만5000~6000여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1인당 4명 정도의 수형자를 담당해야 적절하지만 교대나 퇴직 등으로 실제 근무인원은 매년 부족한 실정이다.

2년전쯤 교정공무원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수형자들에게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교대근무에서 오는 피로감, 근무지역의 열악함이 더 힘들고, 그로 인해 퇴직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범죄자들에 대한 판결 기사가 나올 때마다 처벌이 왜 이렇게 가볍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하지만 실제 행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무작정 무거운 처벌을 하기도 쉽지 않다. 형량을 늘릴 수록 교정직 공무원과 교정시설도 함께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형량이 적다고 외치는 사람들 집 앞에 교도소를 세운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한 자리에서 김승호 전 인사혁신처장이 "공직사회에서 개인적으로 교정직 공무원이 가장 고생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기획 취재 과정에서 교정직 공무원이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직자일 뿐만 아니라 소멸해가는 지역경제의 버팀목이란 사실도 알게 됐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필요한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진다면 보다 더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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