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이재명, 쿵푸팬더의 공통점

머니투데이 이상배 정치부장 | 2024.07.17 06:01

[the300]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지난 3월1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3.01.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1. 퀴즈 하나. 다음은 누구의 이야기일까.

"젊은 시절 큰 고난을 겪는다. 먼 곳으로 떠나 방황하다 조력자를 만난다. 거듭 절명의 위기를 맞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한층 성숙하고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거의 모든 영웅이 이런 이야기 구조를 따른다. 영화 '듄'의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 '본 아이덴티디'의 제이슨 본,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매트릭스'의 네오가 그렇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안나와 '쿵푸팬더'의 포도 마찬가지다.

이밖에도 이런 도식을 따르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엔 주인공 혼자 악당들을 압도하는 이른바 '먼치킨' 유형도 있고, 영화 '어벤져스' 같은 '팀워크' 유형도 있다. '슈렉'처럼 설정을 살짝 비튼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영웅물이라면 대체로 이런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3일 오후 서울의 한 영화관에 영화 '쿵푸팬더4 홍보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쿵푸팬더4'는 1편 465만 4266명, 2편 506만 4796명, 3편 398만 4814명의 관객 수를 동원하며 ‘겨울왕국’ 시리즈 외 국내 최고 흥행 에니메이션 시리즈로 자리매김한 '쿵푸팬더'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오는 4월 10일 개봉한다. 2024.3.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2. 영웅서사의 도식은 할리우드나 월트디즈니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웅서사의 틀은 대부분 비슷하다. 전세계 고대 신화나 전설 속 영웅 이야기들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인류 최초의 영웅서사로 알려진 게 고대 바빌로니아의 '길가메시 서사시'다. 기원전 2750년쯤 메소포타미아 지역 우루크의 왕이었던 길가메시의 이야기다. 반복된 고난과 귀환이란 영웅서사의 원형 가운데 하나다.

그리스 신화, 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도 이런 공식을 따른다. 심지어 예수와 마호메트의 인생도 다르지 않다. 고행을 떠난 석가모니와 천하를 주유한 공자 역시 크게 보면 마찬가지다. 이런 이야기에 매혹되고, 이런 인물을 숭배하는 게 인류 공통의 형질임을 말해주는 걸까.

전세계의 수많은 영웅 이야기들을 모아 하나의 규칙을 찾아낸 게 미국의 비교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다. 그는 일반적 영웅서사의 17단계를 정리했다. 1949년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 소개됐는데, 분량상 여기서 나열하기엔 너무 길다. 대신 할리우드의 스토리 컨설턴트인 크리스토퍼 보글러가 간추린 영웅서사의 12단계를 소개한다.


△일상세계 △모험으로의 부름 △부름의 거절 △조언자의 만남 △첫번째 관문의 통과 △시험, 아군, 적군 △가장 깊숙한 동굴로의 접근 △고된 시련 △보상 △귀환 △부활 △영구적 귀환.

크게 보면 상황, 갈등, 결말의 3막 구조다. 대부분의 어드벤처 영화가 이런 공식을 따른다. 특히 스타워즈와 쿵푸팬더는 정확히 이 구조대로 만들어졌다.
(도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9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도랄에 있는 트럼프 골프 클럽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하고 있다. 2024.07.10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도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3. 영웅은 신화나 영화, 만화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대권 주자급의 정치인들도 일종의 영웅이다. 적어도 지지자들의 눈엔 그렇게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에게 그는 '구세주'와 다름 없다. 유색인종과 중국, 음모론자들이 말하는 '그림자 정부'로부터 자신들을 구원해줄 '메시아'다. 중국 탓에 공장이 망해 일자리를 잃고, 중남미 이민자에 밀려 취업도 못하는 저소득 백인들에게 트럼프의 말은 복음이다. 지난 대선에 패해 4년간 야인으로서 온갖 재판을 받고, 최근 총격 사건까지 겪으면서 트럼프의 영웅서사는 비로소 완성됐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모두 전형적인 영웅서사를 쌓아왔다. 소년공 출신의 이 전 대표는 구속 위기에, 암살 위험까지 넘겼다. 한 전 위원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거듭된 좌천, 현직 대통령과의 갈등, 총선 패배에 따른 자진사퇴 등의 수난을 겪었다. 출신 배경과 정치 성향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모두 강력한 팬덤을 지닌 각 진영의 압도적 대권주자가 된 건 이런 영웅서사 덕분이다.

영웅서사의 마지막 단계는 '영구적 귀환'이다. 두 사람 모두 운명의 종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엔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인간 욕망의 결정체인 정치, 그 영웅들의 서사시는 대한민국에 해피엔딩을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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